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70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훈 할머니》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엮음

 아름다운사람들

 2004.2.24.



  저는 ‘최이병·최일병·최상병·최뱀(최병장)’이 아닌, 제 이름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 일본 총칼에 끌려가 노리개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 뒤에 캄보디아에 홀몸으로 남아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훈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고요히 흙으로 돌아간 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훈 할머니뿐 아니라 숱한 꽃할머니를 거들떠보지 않아 왔는데,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훈 할머니》라는 책이 2004년에 나온 적 있습니다. 이 책은 거의 안 팔리고 안 읽히다가 조용히 사라졌어요. 나라가 꽃할머니를 안 거들떠보았듯, 우리 스스로도 꽃할머니 삶길을 안 쳐다보았어요. 나라탓만 할 수 없습니다. ‘엉터리 나라’는 바로 우리가 스스로 세웠습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만 나무랄 수 없습니다. 멍청한 나라지기에 벼슬아치는 늘 우리 손으로 뽑았습니다. 총칼(전쟁무기)로 나라를 못 지키고, 우리 스스로도 못 지킵니다. 총칼은 우리 스스로 옥죄거나 억누르는 굴레이면서, 이웃을 짓밟는 고삐입니다. 누가 노리개(위안부)를 거느렸는지 제대로 봐야 합니다. ‘총칼을 앞세운 나라(정부)·싸울아비(군인)’가 노리개를 부립니다. 모든 총칼을 걷어치우면서 이웃을 포근히 품을 줄 알 때라야 생채기를 눈물로 씻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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