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 평화 발자국 19
김금숙 지음 / 보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11.16.

만화책시렁 580


《평화발자국 19 풀》

 김금숙

 보리

 2017.8.14.



  시골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골을 자주 들락거리면 알까요? 아닙니다. 시골에서 살아야지요. 한두 해가 아닌, 대여섯 해도 아닌, 적어도 열 해 남짓 살아야 시골을 조금 들여다보았다고 여길 만합니다. 책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과 글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려면 먼저 ‘앓아’야 합니다. 여태까지 머리나 몸이나 마음에 담은 모든 이야기를 내려놓고서, 애벌레가 고치를 틀어 날개돋이를 하려고 끙끙 앓는 고요잠 끝에 깨어나듯이, 스스로 새롭게 알아가는 ‘앓이’를 할 노릇입니다. 《평화발자국 19 풀》은 ‘꽃할머니’를 다루지만, 다루기만 할 뿐 이야기로 여미지 못 했구나 싶습니다. 풀은 왜 ‘풀’일까요? 푸르기에 풀이고, 풀어내고 품기에 풀입니다. 온누리를 푸지게 덮고, 푸근하게 감싸기에 풀입니다. 푼더분하면서 부푸는 꿈이기에 풀이에요. 《풀》을 보면, 그림님 스스로 갈피를 못 잡는다고 밝히는 대목이 자꾸 나옵니다. 갈피를 못 잡겠으면 붓을 내려놓고서 더 품고 풀고 기다려야지요. ‘만화가로 바쁜 하루’에 시달리면서 억지로 꽃할머니 이야기를 ‘쥐어짜내’려고 하니, 이도저도 아니군요. 그야말로 눈물을 씻고 멍울을 달랠 이야기에, 푸르게 풀어낼 이야기도 못 건드립니다.


ㅅㄴㄹ


 “곧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봄이 왔는데도 가지 못했다. 다른 마감이 급해서 일요일도 없이 달렸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생활이 어렵다(149쪽).”


“거기서 일하다 죽는 수밖에 다른 선택이 없는 거야. 도망칠 수가 없어.” (190쪽)


“그 아이가 도망간 뒤로 감시도 더 심해지고 구타도 더 심해졌지. 나도 미자 언니랑 도망갈 계획을 세웠는데, 그 사건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어.” (323쪽)


“일본군에 이어 소련군도 많이 들어왔는데 그놈들도 못된 짓 많이 했어. 아무 여자나 잡아다가 지네들 욕심 채우고 ……. 소련군한테 강간당하고 총에 맞아 죽거나 불에 타 죽는 여자들도 많이 봤지…….” (36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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