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1 처음 쓴 글



  ‘처음 쓴 글’ 그대로 책을 낸 적은 없습니다. 먼저 꾸러미(수첩)나 글판(편집기)에 쓰는 글조차 숱하게 뜯어고치고 손질하고 가다듬고 되읽고 나서야 누리집에 띄웁니다. 누리집에 안 띄운 채 그러모아서 책으로 낼 적조차 ‘처음 쓴 글’에서 적어도 ‘100벌은 고쳐쓴 글’이게 마련입니다. 글쓴이로서 적어도 ‘온벌고침(100벌 고쳐쓰기)’인 글꾸러미를 펴냄터에 넘기더라도, 엮는이(편집자)가 살펴보고서 줄이거나 고쳐 달라고 말씀하기 일쑤요, 기꺼이 줄이거나 고칠 뿐 아니라, 통째로 새로쓰기를 하기도 합니다. 여덟 해째 통째로 새로쓰기를 했지만 또 새로쓰기를 하는 글꾸러미도 있습니다. ‘처음 쓴 글’이든 ‘통째로 새로쓴 글’이든, 글쓴이 마음과 엮는이 마음과 읽는이(독자) 마음은 다릅니다. 어느 분은 제가 차마 보여주고 싶지 않은 ‘처음 쓴 글’이 훨씬 낫다고 합니다. 어느 분은 ‘그렇게 숱하게 고쳐쓴 줄 몰랐다’고 합니다. 어느 분은 ‘100벌 고쳐쓴 글’이 아직 못마땅하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 옳을 수 없습니다. 다 다른 눈길일 뿐이에요. 제가 쓴 책을 사랑해 줄 수 있지만 싫어하거나 꺼릴 수 있어요. 제 책을 사랑하는 이웃님한테는 “고맙습니다” 하고 여쭙고, 싫어하는 분한테는 “잘못했습니다” 하고 여쭙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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