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나뭇잎 2023.10.31.불.



나뭇잎은 데구르르 잘 굴러. 나뭇잎은 바람이 불면 훅 날아오르기도 하지. 나뭇잎은 함께 구르고 함께 날아. 먼저 가겠다면서 앞지르지 않고, 다른 나뭇잎을 밀거나 당기지 않지. 너희 사람들을 보면 으레 끼어들거나 밀거나 당기거나 밟더구나. 왜 그러니? 그저 가면 되고, 기다리면 되고, 때와 곳을 누리면 될 텐데. 빨리 가겠다며 밀치거나 새치기를 해본들, 얼마 안 지나 똑같거나 비슷하거나 뒤처지기도 해. 그런데도 밀치거나 새치기를 멈추지 않네. 뒤로 빼돌리거나 못된 짓을 해본들 늘 스스로 돌려받게 마련인데, 빼돌림짓에 뒷짓에 못된짓을 안 멈추네. 나뭇잎을 봐. 새벽이면 이슬을 넉넉히 맞아들여서 나무를 적시는구나. 봄여름이면 햇볕을 듬뿍 맞아들이다가도 애벌레 찾아오면 기꺼이 온몸을 내어주고서 새로 돋아나네. 그래, 고스란히 주니까 새로 돋아. 다 내어주면서 푸르게 웃으니까, 부드럽고 싱그럽게 새로 태어나. 여름에 지는 나뭇잎도 있지만, 가을겨울에 많이 지고, 다들 흙으로 돌아가. 나무뿐 아니라 풀도 개구리도 지렁이도 살리고 덮어주는 나뭇잎이야. 흙을 새로 북돋우고 온누리를 포근히 덮는 나뭇잎이지. 저 구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저 구름은 어디로 갈까? 너라는 사람은 어디에서 왔을까? 너는 어디로 갈까? 하늘을 덮는 구름과 땅을 덮는 나뭇잎 사이에서, 너는 어떤 사람으로 하루를 살아가려나? 춤추고 노래하는 구름과 나뭇잎을 가만히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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