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5.


《삶과 사랑에 빠진 아이처럼》

 디르크 그로서 글/추미란 옮김, 샨티, 2023.5.2.



쉬는 하루이다. 볕바라기를 한다. 바깥마루에 드러눕다가, 씻고서 다시 드러눕다가, 밥을 짓고 집안일을 한다. 기지개를 켠 뒤에 두 아이랑 〈책숲 1005〉를 글월자루에 담는다.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 나래터(우체국)를 다녀온다. 얼음을 사서 세 사람한테 건네고서 새삼스레 드러눕는다. 누워서 풀노래를 누린다. 사그락사그락 들리는 풀노래에, 쩌렁쩌렁 퍼지는 풀노래에, 사이사이 섞이는 새노래가 짙푸르다. 《삶과 사랑에 빠진 아이처럼》을 읽었다. “Lass es gut sein”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 적에 어울릴까? 참말로 옮긴이한테 묻고 싶다. 책이름을 뜬금없이 붙이려 하지 말고, 이웃말을 우리말로 어질고 참하게 옮기는 길을 헤아리기를 바란다. 아이는 “삶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아이는 그저 ‘오늘’을 사랑한다. 아이한테는 ‘삶’이 아닌 ‘오늘’이다. 천천히 자라서 어른이 되면 이때에 비로소 ‘오늘’하고 ‘하루’가 언제나 ‘삶’인 줄 알아보면서 ‘사랑’을 숲빛으로 품고 풀어서 나누는 줄 깨달을 수 있다. 어른이란, 나이 먹은 꼰대가 아닌, 철들어 어질고 슬기로운 이웃이자 동무이다. 책이름을 멋스럽게 붙이면 오히려 줄거리가 엇나간다. 그저 바람을 지켜보고, 이 하루를 가만히 놓아 주면, 바람빛이 온몸에 스며든다.


#Lassesgutsein #DirkGrosser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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