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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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10.30.

다듬읽기 18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2018.5.9.



《문맹》(아고타 크리스토프/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2018)은 단출한 줄거리입니다. 얇고 작게 꾸밀 만한 부피인데, 크게 부풀리고 껍데기를 두껍게 씌워서 장사를 합니다. 딱한 노릇입니다. 더구나 한글판은 우리말 같지 않고 어쩐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헝가리사람 아고타 크리스토프 님은 프랑스말로 글을 썼다는데, 이분은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을 모르겠지요. 옮김말씨(번역체)도 모를 테고요. 우리는 왜 이웃말을 우리말로 안 옮기거나 못 옮길까요?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는 어느 나라 말일까요? 한자말을 굳이 쓰고 싶다면 “나는 읽는다. 병이다.”라 할 노릇입니다. 낱말 하나를 고를 적마다 ‘나는 어떤 뿌리인 나무로 사는 사람인가?’ 하고 헤맨 글님일 텐데, 뜬금없어 엉성한 말씨로 옮긴 책이 있는 줄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녁도 이 나라도 종잡을 길 없이 수렁에 잠깁니다.


ㅅㄴㄹ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 나는 읽는다. 앓는 듯 읽는다

→ 나는 읽는다. 끙끙대며 읽는다

→ 나는 읽는다. 곯으며 읽는다

9쪽


프록코트의 커다란 주머니에서

→ 저고리 커다란 주머니에서

→ 두루마기 커다란 주머니에서

12쪽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이미, 나는 좋아한다. 내가 지은 이야기들을

→ 나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이미 내가 지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19쪽


+


다른 도시의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

→ 다른 고장 모둠채에서 지낸다

→ 다른 고을 덧살이집에서 지낸다

29쪽


우리들은 10인실이나 20인실에서 묵는데

→ 열사람칸이나 스무사람칸에서 묵는데

→ 우리는 열칸이나 스무칸에서 묵는데

30쪽


휘파람을 불고 감탄하는 말이나 외설적인 말을 외친다

→ 휘파람을 불고 놀라는 말이나 추레한 말을 한다

→ 휘파람을 불며 놀라거나 지저분한 말을 외친다

31쪽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필독’도서들뿐인데, 그것들은 금세 읽어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 우리는 ‘꼭’책만 읽었는데, 슥 읽어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1쪽


집시들이 오지그릇이나 갈대로 짠 바구니를 팔기 위해 마을에 올 때면

→ 바람새가 오지그릇이나 갈대로 짠 바구니를 팔려고 마을에 올 때면

→ 바람꽃이 오지그릇이나 갈대로 짠 바구니를 판다며 마을에 올 때면

51쪽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 이래서 나는 프랑스말도 놈들말이라고 여긴다

→ 이렇기에 나는 프랑스말도 몹쓸말이라고 본다

→ 이래서 나는 프랑스말도 그놈말이라고 밝힌다

→ 이러니 나는 프랑스말도 못된말이라고 친다

53쪽


나의 어린 딸은

→ 어린 딸은

→ 우리 어린 딸은

69쪽


진짜 길 위를 마침내 걷는다

→ 참말로 길을 마침내 걷는다

71쪽


우리는 농부의 집에서 묵게 된다

→ 우리는 흙지기 집에서 묵는다

72쪽


버스비는 마을의 군수가 지불해주었다

→ 길삯은 고을지기가 내주었다

→ 길삯은 고장지기가 치렀다

77쪽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만나지만

→ 낮에 일터밥집에서 만나지만

88쪽


저녁에는 가족을 돌보는 그 여자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과거를 잊어버렸다

→ 저녁에는 집안을 돌보는 순이인 줄 못 떠올릴 만큼 지난날을 잊어버렸다

10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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