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풍경 - 식물의 사색과 명상으로 만난 마음 공부
김정묘 지음 / 상상+모색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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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0.27.

인문책시렁 235


《마음 풍경》

 김정묘

 상상+모색

 2021.10.13.



  《마음 풍경》(김정묘, 상상+모색, 2021)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고,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기에, 글을 쓸 적에는 말을 담으려 하면 되고, 말을 할 적에는 마음을 담으려 하면 되어요. 그런데 우리는 아직 ‘글에 말을 담기’나 ‘말에 마음을 담기’가 매우 서툴어요.


  말을 하는 그대로 글을 쓰면 될 뿐이지만, 막상 말하듯이 글을 쓰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어요. 글을 엄청나게 꾸미려고 합니다. 이러다가 어느새 말까지 꾸미려 들더군요.


  글은 잘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말은 잘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마음을 밝히면 되고, 마음을 쓰면 됩니다. 마음을 써야 글을 착하고 참하며 곱게 쓰게 마련입니다.


  “잘 써야 한다”는 마음이란, 얼굴이 잘생기고 옷도 잘 차려입고 쇳덩이(자동차)도 번듯하게 크고 비싼것으로 갖춰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웁니다. 사람을 속마음 아닌 겉모습으로 재거나 따지거나 가리는 굴레에 스스로 갇힙니다.


  키가 크거나 몸매가 늘씬하거나 돈이 많거나 이름이 높아야 훌륭할까요? 잘생긴 사람이어야 엄마아빠이거나 아이일까요? 말을 말답게 하거나 글을 글답게 쓰려면, 먼저 우리 마음자리에서 들보부터 치울 노릇입니다. 들보는 집을 지을 적에만 쓰고, 눈이나 글에서는 치워야지요.


  한자말 ‘풍경’은 안 나쁩니다만, 글을 쓰려는 분들은 이 한자말을, 이 일본스런 한자말을 도무지 못 놓습니다. 일본은 이웃나라일 뿐입니다. 나쁜나라도 좋은나라도 아닙니다. 다만, ‘풍경’을 비롯한 숱한 한자말은 이웃나라 아닌 총칼나라 일본이 우리나라로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밟고 괴롭히고 등골을 뽑으면서 퍼뜨린 말씨입니다.


  그들은 왜 총칼로 억누르면서 ‘어떤 말씨’를 심으려 했을까요? 우리는 마음만 밝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얼굴만 꾸밀 수 없습니다. 사랑을 품고 살림을 짓고 생각을 할 때라야만 비로소 마음을 밝게 가꾸면서 말빛이 싱그러이 살아납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으리으리한 쇳덩이(자동차)를 몰거나 까만 하늬옷(양복)을 차려입나요? 예수님이나 부처님 돌(동상)을 세울 적에 금을 입히면 빛날까요? 돈이 남아돈다고 여기는 이들이 이웃하고 나누지 않고서 뽐내거나 자랑하거나 우쭐거리는 바보짓을 왜 우리가 흉내내거나 따라해야 하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으리으리한 쇳덩이나 하늬옷만 바보짓이지 않아요. 섣부른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를 아무렇게나 글이나 말에 섞는 버릇도 바보짓입니다. 마음을 다스리려면, 마음을 어떤 소리에 얹어서 담아내느냐를 살필 노릇입니다. 아무 말에나 마음을 담지 않아요. 숲을 푸르게 이루는 풀꽃나무한테서 배우고 익힌 수수한 숲말에 마음을 담기를 바라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돌본 수수한 어버이가 아이 곁에서 조곤조곤 자장노래를 부르면서 물려주는 쉬운 살림말에 마음을 담는다면, 누구나 글님이요 말님이며 이야기님입니다.


ㅅㄴㄹ


언제부터인가 새소리처럼 귀가 반짝 뜨이며, 봄비 소리가 꽃소식보다 반갑게 들린다. 옛사람을 흉내내며 한밤중에 깨어 속삭이듯 지나가는 봄비 발걸음 소리를 듣는다. (24쪽)


‘꽃이란, 짓는 숨결을 나타내는 커다란 이름’이라고 《우리말 동시 사전》을 펴낸 최종규 작가는 정의한다. ‘짓는 숨결’이라는 말이 낯설다. 하지만 꽃처럼 아름답다. (85쪽)


강아지풀이나 바지랭이처럼 잡초가 되어 눈에 띄는 족족 화단에서 뽑혀 나가는 잡초들이 분류상 대부분 ‘볏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잘 믿기지 않아 식물도감을 끼고 앉아 풀이름을 확인해 본 적도 있었다. (101쪽)


나물 캐던 처녀 시절을 보낸 아줌마들은 산책로든 관광지든 쑥이나 취 같은 산나물 있는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1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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