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0.18.
오늘말. 암것
어제하고 오늘은 부드러이 잇습니다. 오늘하고 모레는 바람이 흐르듯 이어요. 모든 날은 한동아리처럼 만납니다. 암것도 아닌 하루란 없어요. 다 다른 하루는 구슬처럼 또르르 구르면서 삶을 이룹니다. 차근차근 밑동을 이루는 작은 몸짓이고, 어느새 바탕으로 퍼지는 말빛입니다. 그림감이 따로 있어야 그릴 수 있지 않아요. 돈이 없어서 물감을 장만하지 못 한다면, 글붓 한 자루로 그리면 돼요. 글붓조차 없다면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슥슥 우리 숨결을 그릴 만합니다. 그놈은 잘난 어버이한테서 태어났기에 잘 해내지 않아요. 이놈 저놈 부러워하거나 시샘할 까닭이 없이, 무엇이든 오늘부터 하나씩 이곳에서 씨앗을 심듯 가꾸면 되어요. 푸른자리에서도 잿빛자리에서도 손수 심는 마음씨가 반짝반짝 깨어납니다. 옛넋을 배워서 이곳에서 살릴 수 있어요. 이제까지 없었다면 씩씩하게 새길을 나서면 돼요. 무지갯빛도 즐겁고, 잿빛도 반갑습니다. 흰구름도 매지구름도 그늘을 드리우다가 비를 뿌려요. 빗방울은 풀꽃나무를 살리는 숨꽃입니다. 온누리 뭇숨붙이는 바람이나 물을 더 마셔야 하지 않아요. 한 모금이어도 넉넉합니다. 이야기주머니를 열어 봐요.
ㅅㄴㄹ
감·것·틀·구슬·동·밑·밑동·바탕·그놈·녀석·이놈·저놈·돈·돈주머니·쌈지·주머니·둘레·모두·모두모두·모든·온·온갖·온것·무엇·뭣·뭐·아무·아무것·암것·살림·자리·자위·짜다·숨·숨결·숨빛·숨꽃·숨통·숨붙이·숨소리·씨앗·씨알·알·알갱이·잿빛·잿덩이·잿더미·잿빛살림·잿살림·잿빛터·잿빛판·잿빛나라·잿빛누리·잿빛자리·잿터·잿판·잿나라·잿누리·잿자리 ← 물질(物質), 물질적(物質的)
살림빛·살림길·새빛·새길·옛길살림·옛넋살림·옛멋살림·옛빛살림·옛얼살림·다시서다·되살리다 ← 복고창신(復古創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