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0.18.

오늘말. 뻥


바람은 능청을 떨지 않습니다. 별은 눈속임으로 돋지 않습니다. 해는 겉치레로 비추지 않습니다. 비는 후리듯 내리지 않습니다. 나비는 번지르르 날지 않아요. 벌은 뻥으로 꽃가루받이를 안 하지요. 풀벌레는 장난하듯 노래하지 않아요. 개구리는 입벙긋으로 울지 않습니다. 새는 거짓으로 날갯짓하지 않아요. 바다는 눈비음으로 물결치지 않아요. 멧골은 시늉으로 숲짐승을 품지 않고, 들녘은 엉너리로 낚지 않습니다. 무엇이 이지러질까요? 누가 착한척일까요? 왜 아닌 체하나요? 무엇 때문에 옷갈이를 하는지요? 곰곰이 보면 사람만 물타기를 하는 듯싶습니다. 곰도 범도 아웅을 하지 않습니다. 늑대도 여우도 뜬금없는 짓을 안 해요. 무당벌레가 속여먹을까요? 애벌레는 허물을 내려놓고 자라지만, 어느새 고치를 틀어 새롭게 나아가는 꿈을 그립니다. 우리 사람은 무엇을 하는 길일까요? 터무니없거나 어이없다고 여길 만한 옷섶으로 꾸미지는 않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구렁이도 아니면서 능구렁이처럼 슬그머니 속임질을 한다면 창피합니다. 말뿐인 몸짓이 아니라, 마음에 씨앗을 심는 어진 생각으로 말씨를 심을 적에 참빛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ㅅㄴㄹ


시늉·시늉질·옷을 바꾸다·겉을 바꾸다·눈가림·눈속임·눈비음·반지르르·반지레·번지르르·번지레·속다·속이다·속여먹다·속임질·거짓·거짓질·아닌 척·아닌 체·척·척하다·체·체하다·얼렁뚱땅·알랑똥땅·엉너리·엉너릿손·아웅·낚다·넘기다·구렁이·능구렁이·능청·장난·장난질·장난하다·착한척·옷·옷가지·옷갈이·옷바꾸기·옷섶·말로·말뿐·물타기·입으로·입만·입뿐·입벙긋·뜬금없다·터무니없다·어이없다·어처니없다·겉옷·겉치레·겉짓·벙긋질·뻥·뻥질·뻥치다·호리다·후리다·이지러지다·일그러지다 ← 조삼모사, 혹세무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