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지음, 김라합 옮김 / 보리 / 200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3.10.18.

푸른책시렁 168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김라합 옮김

 보리

 2000.10.25.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에버하르트 뫼비우스/김라합 옮김, 보리, 2000)를 오랜만에 되읽었습니다. 1981년에 태어난 ‘어린이나라’ 이야기는 2000년을 지나 2023년에도 새록새록 새길 만하지만, 이 어린이나라는 오늘날까지 잇지는 않습니다. 책에 남은 이야기가 되었달까요.


  어린이나라는 그저 어린이나라이면 됩니다. 살림살이를 손수 가꾸고 일구고 짓고 나누는 길이면 됩니다. 어른나라처럼 우두머리라든지 벼슬아치라든지 이것저것 있어야 한다고 여길 까닭이 없어요.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스스로 살림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길을 펴면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으로 서요. ‘어른으로 자란 어린이’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린이나라를 세우는 바탕은 언제나 ‘어린이하고 어른이 어깨동무하는 살림길’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어느 한때에만 아름답고 넉넉한 터전이 아니라,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짓고, 스스럼없이 꿈을 펴며 뛰놀고 일할 뿐 아니라, 서로 풀꽃나무를 품는 숲집으로 뻗을 노릇입니다.


  ‘벤포스타’가 그만 주저앉았다면, 숲을 품는 길보다는 ‘얄궂은 어른나라’ 얼개를 손보는 틀에서 머문 탓이라고 느껴요. 누구나 스스로 생각해 보면 됩니다. 나라(정부)가 없던 무렵에 사람들은 스스로 살림집을 사랑으로 가꾸면서 짝꿍을 만나서 오순도순 아이를 낳아 모든 살림빛을 누리고 물려주었습니다.


  수수한 순이돌이는 스스로 모든 말을 지었고, 스스로 즐거운 보금자리였고, 스스로 새랑 풀벌레랑 뭇짐승하고 나란히 살아가는 푸른 터전을 꾸렸어요. 그러니까 ‘어린이나라’가 아름답게 이어가려면 ‘나라’가 아닌 ‘어린이숲’으로 거듭날 일입니다. 앞으로 어른으로 자랄 어린이인 만큼 ‘푸른숲’에 ‘사랑숲’에 ‘살림숲’으로 피어나는 길을 찾으면 되어요.


  어깨동무하는 곳은 ‘나라’도 ‘정부·공화국’도 아닙니다. 어깨동무하는 곳은 ‘둥지’요 ‘보금자리’인 ‘숲’입니다. 이 대목을 차근차근 짚고 나눌 때라야 새 ‘아름숲’을 가꾸고 일굴 수 있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다섯 살짜리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는지 여기서 결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어른들이 공동체 안의 동등한 동반자이자 조언자로서 아이 편이 되어 주고 있다는 점은 아이의 앞날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68쪽)


어린이 나라에서 어른들이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지식과 기술을 전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 쪽에서 주는 지식과 기술이 아이들의 학습 욕구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 (100쪽)


우리는, 늘 밝고 명랑한 이 아이가 미장이인 아버지와 함께 아레아스에 휴양지가 생기기 전 아이들의 숙소로 쓸 돌 오두막집을 열두 채나 지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172쪽)


벤포스타를 둘러싸고 있는 바깥 세상과는 달리 벤포스타에서는 25년 동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더없이 신선하게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실천해 왔다. (205쪽)


교회는 프랑코 정부와 결탁해 있었고, 세상을 보게 된 실바 신부는 정부뿐 아니라 카톨릭 교회와도 잘 지내지 못했다. (213쪽)


+


좀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아이들뿐이다

→ 좀더 바르고 아름다운 터전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아이들뿐이다

→ 아이들이 좀더 곧고 사랑스레 이 삶터를 일굴 수 있다

37쪽


드나드는 것을 제한하는 차단기

→ 드나들지 않게 막는 작대기

→ 드나들지 말라는 가로막이

47쪽


여기서 결정되지는 않는다

→ 여기서 따지지는 않는다

→ 여기서 가름하지는 않는다

→ 여기서 다루지는 않는다

68쪽


아이의 앞날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아이 앞날을 크게 바꾼다

→ 아이 앞날에 깊이 이바지한다

→ 아이 앞날을 뜻있게 스민다

68쪽


한 예로 주유소 종업원들은 계속 바뀐다

→ 이를테면 기름집 일꾼은 늘 바뀐다

80쪽


그날 그날의 일과가 토론으로 어려움 없이 처리된다

→ 그날그날을 이야기하며 어렵잖이 다스린다

→ 그날 일을 이야기로 수월하게 끝맺는다

86쪽


열두 채나 지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열두 채나 지은 줄도 알았다

172쪽


무차초스 서커스단의 훌륭함은 무엇보다도 위대한 인간성에 있다

→ 무차초스 멋솜씨판은 무엇보다도 됨됨이가 훌륭하다

→ 무차초스 꽃솜씨판은 무엇보다도 마음결이 훌륭하다

212쪽


교회는 프랑코 정부와 결탁해 있었고

→ 절집은 프랑코 무리와 손을 잡았고

→ 절집은 프랑코 나라와 한통속이고

213쪽


새로운 사람을 만들기 위해 어린이를 교육합니다

→ 새사람으로 살도록 어린이를 가르칩니다

→ 새롭게 살아가도록 어린이를 이끕니다

215쪽


이 모든 까닭으로 해서

→ 이리하여

→ 이 때문에

2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