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긴 음식 신나는 새싹 95
전재신 지음, 정유정 그림 / 씨드북(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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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0.16.

그림책시렁 1286


《가늘고 긴 음식》

 전재신 글

 정유정 그림

 씨드북

 2018.10.30.



  모든 먹을거리는 들숲바다에서 비롯합니다. 들숲바다가 있기에 사람뿐 아니라 모든 숨결이 밥살림을 누립니다. 들숲바다가 없이는 아무런 밥살림을 잇지 못 합니다. 들숲바다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도 많고, 이제는 들숲바다하고 등진 채 돈벌이에 사로잡힌 분도 많아요. 몸을 내려놓더라도 뼛가루나 주검을 묻을 흙이 모자랄 수 있고, 죽어서까지 들숲바다로 못 돌아가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밥은 밥대로 잊으면서, 몸을 몸대로 모르고, 넋을 넋대로 잃는 나날이지는 않을까요? 《가늘고 긴 음식》을 읽으면서, 이렇게 그림책으로 밥살림 한켠을 담아내니 새롭구나 싶었어요. 다만, 줄거리를 너무 먼발치에서 찾는 듯싶습니다. 살림길보다는 앎(지식)이라는 대목에 매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곁에 두고서 모든 밥살림을 돌아보기란 어려울까요? 구경하듯 담은 사진을 옮기는 듯한 그림이 아닌, 글님·그림님 스스로 도리깨질에 키질을 해보는 손길로 여미면 사뭇 달랐으리라 봅니다. 도리깨질이나 키질을 하는 그림이 엉성하기도 하지만, 왜 엉성한지를 알아야 한다기보다, 국수도 밥도 밀가루도 ‘앎’이 아니라 ‘삶’으로 녹일 수 있기를 바라요. 국수나 빵이기 앞서 밀알이었고, 이 밀알은 해바람비를 품기에 알찹니다. 숨결을 보기로 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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