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30.


《에이다, 엉뚱한 상상이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피오나 로빈슨 글·그림/권지현 옮김, 씨드북, 2017.2.1.



작은아이하고 주검터(장례식장)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우리 둘은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데, 이 주검터는 밤낮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니, 서울(도시)은 그야말로 밤낮이 없다. 때바늘(시계)은 있되, ‘하루’도 ‘오늘’도 따로 없는 얼거리이다. 어릴 적을 돌아보면, 주검터를 땅밑(지하)에 안 뒀다. 훤한 바깥에 두었고, ‘잔치’였다. 눈물바람만 있지 않았다. 처음하고 끝을 언제나 하나로 여겨, 죽음을 나쁘게 바라보지 않던 오랜 우리 살림이다.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삶도 죽음도 모두 장삿속으로 판친다. 뭐 하나에 얼마로 치고, 밥 한 그릇에 물 한 모금에 수저 한 벌에 값을 매겨서 사고판다. 그림책 《에이다》를 돌아본다.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판이 끊어졌더라. ‘일하는 순이’일 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셈틀(컴퓨터)이 움직이는 바탕(프로그램)을 처음 짰다고 여기는 분인데, 어찌 된 셈인지 우리나라 순이물결(페미니즘)에서조차 이분을 뒷전으로 치는 듯싶다. ‘페트라 켈리’도 ‘루스 베네딕트’도 ‘이효재’도 ‘이소선’도 모르기 일쑤이다. 여태 몰랐으면 앞으로 알아갈 수 있을까. 이제부터 알아가려 하지만, 정작 책이 다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알아볼 수 있을까.


#FionaRobinson #AidasIdeas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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