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배기가스 2023.7.21.쇠.



너희는 ‘쇳더미(자동차)’에 너희 몸을 싣거나 짐을 올리고서 달릴 적에 기름(연료) 한 방울조차 쓸 일이 없어. 어떤 기름도 없이, 오직 ‘빛’ 한 줄기로 쇳더미를 움직이면 되거든. 너희 몸이나 집도 빛살에 실어서 가볍게 스윽 어디로든 갈 수 있어. 그저 너희 스스로 빛을 등지고 빛살을 잊기에, 길을 잃고 기름을 써버리지. ‘기름’은 태워 없애는 곳이 아니라, 너희를 살찌우고 살리는 데에 쓰는 ‘기름물(기르는 물)’이야. ‘빛나는 살림물’이지. 살림길에 안 쓰고 쇳더미를 움직이느라 마구 태우니까, 쇳더미(자동차·배·비행기·기차……)에서 ‘죽음김(배기가스)’기 피어나와. 마땅한 일이지. 살리고 기르고 나누면서 즐겁게 빛나며 아름다우려는 삶에 안 쓰는 기름이니, 느닷없이 ‘죽음김’이 푸른별을 뒤덮어. 그런데 풀꽃나무는 너희 사람이 숨막혀 죽지 않기를 바라면서 힘껏 ‘죽음물 치우기’를 한단다. 들숲바다는 한몸이 되어 ‘사람들 죽음물·쓰레기’를 치워주지. 사람들은 사람으로서 얼마나 알까? 아예 모르고, 몰라보고, 등돌리고, 잊지 않니? 기를 숨결을 안 헤아리면서, 나눌 기쁨을 안 보면서, 스스로 빛날 하루를 안 그리면서, 자꾸자꾸 기름을 태우기만 하지 않니? 기름은 푸른별을 이루는 ‘피’이기에 마를 일이 없이 늘 다시 솟아. 그런데 너희 몸을 돌아보렴. 너희 몸에 늘 ‘새피’가 솟아서 흐르기에 너희 넋이 ‘산몸’을 입고서 오늘 이곳에 있어. 새로 솟은 피가 가만히 너희 몸을 돌 틈이 없다면 어찌할까? 너희 몸을 살림길에 안 쓰고 죽임길에 자꾸 굴리면, 너희 몸을 이루는 기름(기름물·피)은 어떤 김을 내놓을까? 푸른별은 언제 쉴 수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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