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주례사는 비평인가 : 곰곰이 생각해 본다. ‘주례사 비평’이란 말은 아주 틀렸다. ‘주례사’는 ‘비평’일 수 없고, ‘비평’은 ‘주례사’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쏟아지는 책에 ‘비평’은 거의 안 실린다. 하나같이 ‘주례사’이다. 그런데 다들 ‘비평’이란 이름을 붙인다. 치켜세우거나 오냐오냐 하는 글이 비평일 수 없다. 주례사일 뿐이다. 꽃잔치(혼례식)이기에 꽃말(주례사)을 하겠지. 새로 나온 책이니 잘되라는 뜻으로 꽃말만 그득그득 담을 수 있겠지. 다만, 책이 나오고 난 뒤에 우리는 ‘이야기(비평)’를 들려주어야 한다. 꽃잔치를 마친 지 한참 지났는데에도 언제까지 오나오냐 할 셈인가? 우리 스스로 ‘좋아하는 글바치’라면 더더욱 따갑게 아프게 이야기를 들려줄 노릇이다. 생각해 보라. 그대가 좋아하는 사람이 벼랑길로 달려가는데 안 말리겠는가? 그대가 좋아하는 글바치가 곤두박질을 하는데 안 붙잡겠는가? 막장으로 치닫는 글바치가 스스로 눈을 번쩍 뜨도록 따갑고 아프게 이야기(비평)를 하는 이들이 사라진다. 사라질 뿐 아니라, 이야기(비평)를 하는 사람을 나무라거나 내치기까지 한다. 이제 온나라가 오냐오냐판이다. ‘서이초·주호민·왕의 DNA’에 ‘고은·신경숙·안희정·신학림·임옥상’ 따위가 어디에서 비롯하고 불거졌겠는가? 바로 이 오냐오냐판을 스스로 일으키고 세운 우리한테서 싹텄다. 2023.10.14.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