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0.7.

오늘말. 철눈


나이만 먹으면 늙은이요, 어질게 여물어 철눈을 밝히면 어른입니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눈밝게 살림을 읽고 슬기롭게 하루를 그리고 가꿀 줄 알기에 어른이에요. 나이가 많으나 눈꽃을 피우지 않고서, 보는눈도 읽는눈도 없이 그저 겉모습으로 따지거나 옷차림으로 위아래를 가리려 하면 꼰대에 늙은이입니다. 마음을 바르게 가누면서 참길을 걸을 줄 알기에 철들었다고 얘기해요. 생각을 활짝 열어 온누리 숨결을 하나하나 알아보면서 눈결을 가다듬을 줄 알기에 참하다고 말합니다. 가을날 노랗게 야무는 나락은 구수하게 물결칩니다. 봄날 푸르게 돋아나는 새잎은 해맑게 춤춥니다. 딱딱하게 세우는 잣대로는 아름길을 틔우지 않아요. 껍데기에 끌리면서 속내를 못 보는 눈길이라면 글읽기뿐 아니라 삶읽기도 등지는 셈입니다. 억지로 판가름을 하지 말아요. 이쪽하고 저쪽을 갈라내려고 하지 말아요. 곱게 살피는 눈망울로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일구어 봐요. 길미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저울질은 내려놓고서 즐겁게 노래를 풀기로 해요. 어린이가 사랑받으며 자라는 터전으로 가꾸어요. 어른스럽게 별빛을 헤아리며 참넋을 빛내어 봐요.


가르다·가누다·가리다·갈라내다·판가름·삭이다·이끌다·끌다·곰삭이다·깊다·풀다·받다·삶읽기·글읽기·뜯다·긋다·따지다·다루다·내리다·내놓다·읽다·읽는눈·보다·보는눈·밝다·밝은눈·헤아리다·세다·살피다·돌아보다·하다·생각·슬기·싶다·여기다·눈·눈꽃·눈결·눈길·눈망울·눈밝다·눈치채다·알다·알아내다·알아맞히다·알아보다·알아차리다·자르다·잣대·재다·저울질·매기다·꼽다·철눈·야물다·여물다·바르다·참하다·참·참길·참꽃·참눈·참넋·착하다·하나치·호루라기·키재기 ← 양식(良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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