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고기 2023.9.27.물.
무엇을 먹든 물이란다. ‘무엇’이거나 ‘물’이거든. 물도 물이고, 돌도 물이고, 모래도 물이고, 나무도 물이고, 꽃도 물이고, 씨앗도 물이야. ‘무엇’이란, ‘모두’ 겉이든 속이든 ‘몸’을 이루려면 ‘물’을 입어. 다 다른 ‘무엇’은 ‘물’을 저마다 다르게 입기에, 잎이나 잔나비나 나비나 곰이나 토끼나 선인장이라는 ‘모습’을 ‘입’어서 ‘이룬’단다. 네가 풀을 먹으면 ‘풀몸을 이룬 물’을 먹는 셈이고, 고기를 먹으면 ‘고깃살을 이룬 물’을 먹는 셈이야. 너희는 물만 마시더라도 배고프지 않아. 모든 밥은, ‘물을 다르게 다룬 먹을거리’이거든. 물을 물 그대로 먹을 적에는 네 몸을 물빛으로 입어서 짓는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어느 물을 어떻게 머금느냐에 따라 네 몸이 바뀌겠지. 그리고 어떤 물을 머금더라도 네가 어떤 마음으로 있느냐에 따라 달라. 머금은 물이 맑으면 너도 몸이 맑아. 머금는 물이 더러우면 너도 몸이 더러워. 다만, 받아들이는 마음은 ‘코앞에 있는 먹을거리인 물’이 어떤 결로 바뀔 수 있느냐를 밝히지. 맑은 물을 맑게 머금고, 더러운 물을 ‘맑은 물’로 여기면서 머금을 수 있어. 물을 머금을 적마다 마음을 새로 그리렴. “이 아름다이 맑은 물이 나한테 스미어 내 숨빛이 언제나 환하게 깨어나네!” 하는 마음이 싹트고 자라도록 북돋우렴. 고기나 고깃물을 먹어야 하거나 안 먹어야 하지 않아. 빛을 먹고, 빛물을 머금고, 빛줄기를 받아들이고 빛살을 나누면 돼. 빛나는 오늘을 냠냠 누리기를 바라. 너는 활짝 웃으며 노래하기에 물 한 모금이 모두를 살리거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