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무겁게 2023.9.26.불.



몸이 무거워서 가볍게 못 다니지 않아. 네가 살아가는 푸른별을 봐. 코끼리라서 무겁고 멧돼지라서 가벼울까? 토끼라서 무겁고 개미라서 가벼울까? 잠자리라서 무겁고 물벼룩이라서 가벼울까? 푸른별은 다 다른 숨결을 다 다르게 맞아들여. 누가 무겁거나 가볍다고 따지지 않아. 그저 저마다 무엇을 하면서 어떤 삶을 짓는가 하는 모습을 지켜본단다. 새는 가볍게 날아. 새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바람을 읽고서 “아! 이제 탈 때로구나!” 하고 느껴서 가볍게 뛰지. 뛰면서 날개를 펴고, 이 날개가 바람결을 품고서 흘러갈 줄 안단다. 사람들은 왜 못 날까? 하늘을 안 보는데다가 바람을 안 읽을 뿐 아니라, 어느 때에 뛰어야 할는지 모르고, 가볍게 바람에 몸을 맡기면서 즐겁게 품으려는 마음이 없거든. 안 보고, 안 읽고, 모르고, 안 가볍고, 안 즐겁고, 안 품는데, 어떻게 날까? 가만히 보고 속으로 읽기에 어느덧 알 수 있고, 이때에 가볍게 하면 돼. 머리에 담기만 하면, 볼 눈이 없고 읽는 슬기가 없고 아는 마음이 없으니, 그만 묵직하게 가라앉거나 갇혀. 무게를 잡으려고 하니 못 날아. 무게를 내려놓는 사람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 담아. 머리로 하려니 막히고, 마음으로 하려니 틔워. 머리를 쓰려 하니 무게가 늘고, 마음을 쓰려 하니 무게가 없어. 통통 튀듯 걷는 아이들은 톡톡 튀듯 노는 마음이 가득하니, 안 지치면서 신나게 걷고 달려. 툭툭 발걸음이 묵직한 사람들은 ‘몸에 힘이 없다’고 여기기에 몸이 무겁고 하루하루가 주눅이 들듯 캄캄해. 마음을 보고, 마음에 말을 걸고 마음에 사랑을 심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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