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10.2. 집이라는 곳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9월 29일 새벽에 고흥에서 택시로 순천까지 달렸습니다. 순천 기차나루에서 이른아침에 기차를 타고서 서울에 닿았고, 바로 전철로 갈아타서 일산병원 주검터(장례식장)에 닿았습니다. 이틀밤을 보내고서 10월 1일 새벽에 불묻이(화장)로 뼛가루를 모으고서, 바로 경남 거창으로 달렸어요. 떠난 가시아버지(장인)를 거창 멧골마을 소나무 곁에 나무묻이(수목장)를 했습니다. 이렇게 사흘을 보낸 작은아이하고 남원에서 기차를 타고서 순천으로 왔고, 순천에서 고흥으로 시외버스를 탔고, 마지막으로 고흥읍에서 20시 마지막 시골버스를 타고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몸을 내려놓은 가시아버지는 ‘몸을 벗은 넋’으로 홀가분하게 이곳저곳 돌아다니시더군요. 주검터에도 곧잘 찾아와서 사람들이 뭘 하는지 머리맡에서 지켜보시더군요. 처음에는 “이야,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며 저렇게 노래(연도煉禱)를 해주는구나! 고마워라!” 하셨는데, 이 노래가 두벌 석벌 넉벌 이어가자 “아이고, 지겨워. 왜 또 하고 자꾸 해? 가만 보니 저거 헛것 아냐? 겉치레이네?” 하시더군요. 넋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가시아버지한테 “장인어른, 이제 아셨습니까? 몸을 벗고 나서야 겉과 속이 무엇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몸을 입고 살아가던 무렵에도 겉껍데기가 아닌 속알맹이를 볼 수 있는 틈은 잔뜩 있었어요. 그래도 장인어른이 이제라도 헛것과 겉치레를 알아볼 수 있다면, 반가운 일입니다.” 하고 속삭였습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입니다. 마음이란, 삶을 스스로 이루고 일구는 동안 지은 이야기입니다. ‘마음 = 삶이야기’요, ‘말 = 마음소리 = 삶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글 = 마음소리를 눈으로 알아보도록 담은 그림 = 삶이야기를 눈으로 읽도록 담아낸 그림’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뜨려는 숨결이라면, 말글이 무엇인지 제대로 헤아리고 익히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겉치레나 헛것이나 껍데기란, 사람한테서 사람다움을 빼앗는 굴레이자 수렁이에요.


  몸을 벗은 분을 고요히 기리려 한다면, 땅밑에 사람들을 욱여넣지 않습니다. 떠남터(장례식장)를 별빛하늘이 드리우는 곳에 가만히 마련해서, 가을날 풀벌레노래를 들으면서 차분하게 달래고 다독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넋은 온누리(우주)에서 왔고, 우리 몸은 푸른별(지구)에서 왔습니다. 온누리하고 푸른별을 하나로 누리고 느끼는 두 길이, 태어남하고 떠남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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