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주차장 2023.9.21.나무.



부릉부릉 달리는 쇳덩이가 있지. 이 쇳덩이를 타고서 네가 바라는 어느 곳으로 가자면 ‘부릉길(부릉대며 빨리 달릴 길)’을 놓아야겠지. 부릉길로 씽씽 달리면, 이제 쇳덩이를 세워서 내려야 할 테니, ‘둠터(쇳덩이를 두는 터)’를 놓아야겠지. 부릉길(자동차도로)이나 둠터(주차장)에는 나무를 안 심어. 풀이 안 돋아. 부릉길·둠터는 풀꽃나무를 모두 등져. 이곳은 들숲바다를 밀어내야 세울 수 있어. 쇳덩이를 타고서 더 멀리 더 빨리 다니려면, 들숲바다를 밀어내서 풀꽃나무를 자꾸자꾸 죽여야 해. 이러는 동안 너희 삶터나 마을에는 어린이나 뛰놀거나 어른이 일할 자리·틈·곳 모두 줄어들다가 사라진단다. 보렴! 부릉길·둠터에서는 풀도 나무도 자랄 수 없고 쫓겨났는데, 걸어다니거나 뛰노는 사람도 없고 쫓겨났어. 너희가 ‘부릉쇳덩이’를 더 늘리고 더 타면서 살아간다면, 너희 스스로 일터·살림터·삶터·놀이터를 왕창 망가뜨린다는 뜻이야. 스스로 죽으려고 하는 짓이랄까. 생각해 봐. 네가 즐겁게 살아가고 너희 아이들이 아름답게 살아가자면 부릉쇳덩이·부릉길·둠터를 늘려야겠니? 풀꽃나무하고 들숲바다를 늘려야겠니? 오래오래 튼튼히 살아가는 길은 무엇일까? 빨리빨리 죽어가는 수렁은 무엇일까? 제대로 보고 제대로 알아서 제대로 품을 때라야 삶이야. 넋을 잃거나 눈둘 데를 잊어버리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셈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불법 무단주정차를 하면서

문을 벌컥 여는

이런 운전자는 너무나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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