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허깨비 2023.9.19.불.



빗물을 어떻게 그리겠니? 바닷물은 하늘빛을 담은 파랑으로 그리겠니? 그러면, 바닷물을 물동이에 담으면 어떤 빛깔이지? 샘물하고 냇물을 어떻게 그릴 셈이니? 물빛깔이나 물줄기를 어떻게 그려야 알아볼 만할까? 바람빛깔이나 바람줄기를 어떻게 그리면 알아차리겠니? 빗물이나 바람을 ‘그릴 빛깔이나 무늬’를 도무지 모르겠구나 싶더라도, 빗물이나 바람은 틀림없이 있지? 해가 드리우는 빛이 온누리에 퍼질 적에 ‘이 빛이 햇빛이고, 저 빛은 햇빛이 아닐’수 있을까? 네가 못 보더라도 도깨비가 있어. 너는 도깨비를 못 볼 뿐이지만, 도깨비를 보는 사람이 있거든. 네가 못 봐도 별이 있잖니? 네가 못 보았어도 사랑이며 미움이며 기쁨이며 아픔이 곳곳에 있단다. 그런데 때로는 ‘허깨비’를 보는구나. 틀림없이 없는데 보인다고 여기니 ‘허깨비’야. 눈속임에 눈가림을 가리지 못 하기에 ‘허깨비’이지. 허전하고 허튼소리이기에 ‘있는 척하는 없는 빛’인데, 너는 왜 허깨비를 ‘참말로 있다’고 여기니? 네가 스스로 빛나는 마음이라면 도깨비를 본단다. 네가 언제나 스스로 사랑이라면 사람다운 참하고 착한 빛을 보게 마련이야. 허술한 마음은 헛심으로 기울면서 허름하게 물들다가 무너져. 겉멋스러운 허깨비가 다 그래. 얼마 못 가는 껍데기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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