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작가 차림 : “누구시지요?” “오늘 이곳에 강의를 하러 온 사람입니다.” “아, 네, 작가 선생님이시군요. 그런데 복장이 자유로우시네요?” 빙그레 웃는다. 대꾸하려다가 그만둔다. 이를테면 “네, 그러면 복장이 구속적이어야 하나요?”라든지 “넥타이에 양복을 갖추고 자가용을 몰아야 강의를 하는 차림새인가 보군요?”처럼 되물을 만하리라. 그런데 나는 ‘우리말·한글’을 들려준다.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 말글을 다루는 사람은 ‘말글을 보아야’ 할 뿐, ‘겉모습이나 허울이나 껍데기’를 볼 까닭이 없다. 말글을 다루는 터전과 사람을 보아야 할 뿐, 차림새나 생김새를 볼 까닭이 없다. 겉으로 으리으리하게 꾸미면서 우쭐거리더라도 ‘말풀이’를 멋스럽게 붙일 까닭이 없다. 언제나 삶결을 그대로 말풀이로 갈무리할 뿐이다. ‘인사치레’란 언제나 ‘겉치레’이다. 치레하는 말을 쓸수록 스스로 허울에 갇히거나 잠긴다. 살림을 하고 사랑을 하면서 삶을 노래하는 결로 차근차근 거듭나려 한다면, 허울이 아닌 속빛을 북돋아 꿈을 짓고 펴는 ‘사람’으로 서리라. 2023.9.2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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