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

《사과나무밭 달님》
 권정생 글·정승희 그림, 창비, 1978.12.25.첫/2014.6.18.고침2판 8벌


비가 그친 이틀. 오늘은 해가 난다. 햇빛에 햇볕을 느끼자마자 이불이며 살림을 마당에 내놓는다. 볕을 먹이고 먼지를 턴다. 늦은낮에는 두바퀴를 달린다. 들길을 가르며 구름춤을 느끼고 파랗게 물드는 하늘빛을 담는다. 수박 한 통을 짊어지고서 돌아온다. 《사과나무밭 달님》을 새삼스레 되읽었다. 1978년에 처음 나온 이 꾸러미를 2023년 어린이는 어떻게 받아들일 만할까? 오늘날 어린이 가운데 몇이나 ‘능금밭 어버이’를 두었을까? 비닐로 씌운 밭이 아닌, 해바람비가 드는 밭에서 일하는 어버이 곁에서 함께 땀흘리는 어린이는 얼마나 있을까? 맨발로 흙을 디디면서 놀고, 맨손으로 나무를 타면서 노는 어린이는 이제 얼마나 될까? 숲노래 씨는 어릴 적에 배움터 나무를 동무들하고 타면서 놀았는데, 길잡이한테 걸리면 된통 얻어맞았다. 나무는 언제나 아이 곁에서 놀이동무요 마음동무인데, 나무타기를 해본 적이 없는 채 몸뚱이만 크는 아이들은 어떤 숨결이 흐를까? 어느새 웬만한 시골조차 별밤을 누리기 어렵고, 달밤조차 드물다. 별이 없는 밤이란,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가 노래하지 않는 밤이란, 얼마나 차갑고 메마르고 사나운가? 이제부터 풀밭을 늘리고, 숲터를 되찾는 손길을 펴야지 싶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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