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9.20.

오늘말. 에끼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에는 우리가 나누려는 마음이 흐릅니다. 말장난을 한다면 재주를 부리며 깨작거리는 마음이 흐르고, 말놀이를 한다면 노래하며 포근히 펴는 웃음글이 피어납니다. 어설피 쓴 글을 치울 수 있고, 엉성히 들려준 말을 떨칠 수 있습니다. 에끼고 싶은 글이 있을 만하고, 씻고 싶은 말이 있을 만합니다. 끼적끼적하는 글은 끊고서 풋풋하게 살아나는 글을 바랄 수 있어요. 굳이 우스개를 글에 담으려고 안 하면서, 눈물을 감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로 모든 앙금을 없앨 만합니다. 글 한 줄로 모든 멍울을 지울 만하고요. 마음을 기울인 말이라면 온갖 생채기를 걷어내게 마련입니다. 사랑을 담은 글이라면 갖은 얼룩을 살살 쓸어내곤 합니다. 비우려고 하기에 비우기도 하지만, 쳐내려고 하기에 칠 수 있습니다만, 천천히 내려놓아 봐요. 부드러이 잠재우면서 슬그머니 녹이면, 어느새 말끔히 사라져요. 발로 뭉갠대서 없애지 않아요. 오직 사랑일 적에 살며시 풀어내면서 털어요. 푸르게 숲빛으로 물든 말이라면 말꽃으로 피어납니다. 하늘빛을 파랗게 얹은 글이라면 글꽃으로 자라나요. 하나씩 적고, 느긋이 쓰는 사이에 새삼스레 눈뜹니다.


ㅅㄴㄹ


글·글꽃·말꽃·글장난·글놀이·글지랄·말장난·말놀이·놀이글·장난글·장난말·깨작거리다·끄적거리다·끼적거리다·담다·넣다·써넣다·적다·살짝적이·적바림·남기다·재미글·웃음글·익살글·우스개·작은글·조각글·쪽글·풋글 ← 낙서(落書)


없애다·지우다·치우다·털다·걷다·씻다·사라지다·내려놓다·박살·떨치다·떨구다·쓸다·비우다·자르다·잘라내다·치다·쳐내다·잠재우다·재우다·빻다·뭉개다·짓뭉개다·에끼다·찧다·끝내다·끝장내다·나가떨어지다·떨려나가다 ← 리셋(reset), 소거(消去)


술을 끊다·술을 그만하다·술끊기·술그만·끊다·막다·안 하다·안 먹다 ← 금주(禁酒)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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