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꽃

곁말 67 까막까치다리



  예전 어른들은 으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른바 ‘옛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견우랑 직녀라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둘은 그만 한 해에 꼭 하루만 만날 수 있다는데, 이때에 까마귀랑 까치가 하늘을 까맣게 덮으면서 저희 등판으로 다리를 놓는다지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은 “이리하여 하늘에 ‘오작교’가 놓이고 …….” 합니다. 어린 우리들은 “‘오작교’? 오작교가 뭐예요?” 하고 묻지요. “어허, 말 끊지 마라! 에헴, 까마귀하고 까치가 다리를 놓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까막까치가 놓는 다리가 ‘오작교’야.” 어릴 적에는 또 꾸지람을 들을까 싶어 더 말을 잇지 않았습니다만, “뭐야? 까막까치가 놓는 다리라면 ‘까막까치다리’이지, ‘오작교’가 뭐래?” 하고 동무하고 수군댔어요. 어른들은 순 알 길이 없는 말을 마구 지어서 쓴다고 여겼습니다. 어느덧 어른이 된 저는 아이를 낳아 돌보다가 아이들한테 이 옛이야기를 새삼스레 들려줍니다. 우리 아이들도 지난날 저처럼 똑같이 물어요. “아버지, 오작교가 뭐야?” “오작교? 그래, 까마귀랑 까치가 놓는 다리를 한자로 가리키는 이름인데, 우리말로는 ‘까막까치다리’야.” “아, 새들이 놓는 다리로구나.” 그래요, 새가 새롭게 놓는 다리입니다.


까막까치 : 까마귀랑 까치를 함께 가리키는 이름. (← 오작烏鵲)

까막까치다리 : 까막까치(까마귀랑 까치)가 하늘·미리내에 놓는 다리. 옛이야기에 나오는 견우·직녀가 해마다 달셈(음력)으로 7월 7일에 만날 수 있도록, 까막까치가 모여서 놓아 주는 다리로, 까막까치는 저희 등판을 다리로 삼아 견우·직녀가 건너가서 꼭 하루만 둘이 만나도록 잇는다고 한다. (← 오작교烏鵲橋)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