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9.12.

숨은책 862


《とりぱん 26》

 とりの なん子 글·그림

 講談社

 2020.3.23.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어느 날, 구정물터(폐수처리장)에서 흘러나오는 구정물로 범벅이면서 코를 찌르는 도랑에 내려앉은 하얀새를 자주 보았습니다. 둘레에 물으니 ‘백로(白鷺)’라 한다는데, 깃빛이 하얗다면 ‘하얀새·흰새’라 하면 될 텐데 싶더군요. 무엇보다도 끔찍한 구정물이 흐르는 저 냇물에서 저 하얀새가 걱정스러운데, 하얀새를 바라보는 저를 지켜본 동무들은 “야, 저 새는 어쩌다 내려앉았잖아? 우리는 날마다 구정물 옆을 지나다니고, 하루 내내 구정물 곁에서 살잖아?” 하더군요. 화학공장 곁에 있던 구정물터는 이제 흙이랑 잿더미(시멘트)로 묻혔고, 여기에 잿집(아파트)을 올렸더군요. 우리는 집터에 무엇이 있었는지 몰라도 될까요? 풀조차 안 돋던 죽음터를 덮으면 감쪽같이 잊힐까요? 《とりぱん 26》은 첫걸음이 나온 지 열다섯 해 만에 나왔다고 합니다. 한글판 《토리빵》은 2012년에 일곱걸음까지 나오고 끝이지만, 일본판은 2023년까지 서른한걸음이 나옵니다. 새바라기를 하면서 새를 그림꽃(만화)으로 담아내는 꾸러미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나오리라 봅니다. 인천 골목집을 떠나 전남 고흥 시골집에서 살며 하루 내내 새를 만나고 새노래를 듣는데, 새를 마주하면 마음부터 새롭고, 모든 말이 노래처럼 흐르더군요. 새를 품을 줄 알아야 사람도 사람다웁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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