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9.9.

숨은책 854


《우리 동물 이야기》

 박병상 글

 북갤럽

 2002.12.26.



  한자로 ‘靑’을 “푸를 청”으로 새기지만, ‘청색 = 파란빛’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청색 : 맑은 가을 하늘과 같이 밝고 선명한 푸른색”으로 풀이하지만 엉터리입니다. 하늘빛은 ‘파랑’일 뿐, ‘풀빛’이 아닙니다. 흔히 ‘청개구리(靑-)’라 일컫는 조그마한 개구리는 ‘파란빛’이 아닌 ‘풀빛’이에요. 무엇보다도 “푸른 빛깔 작은 개구리”는 ‘풀밭’에서 살고 ‘풀잎’에 앉아서 노래합니다. 우리 곁에서 그윽히 노래를 베풀며 함께 살아가는 작은이웃 이름은 ‘풀개구리’라 해야 어울립니다. 《우리 동물 이야기》를 되읽다가 개구리 한 마리 이름을 돌아봅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라는 동안에도 풀밭에서 곧잘 만난 풀개구리이지만, 전남 고흥에 깃들면서 날마다 곳곳에서 문득 마주합니다. 때로는 빈틈을 찾아내어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때마다 슬쩍 잡아서 풀밭으로 옮겨놓습니다. 풀개구리랑 함께 살아가니 풀벌레도 함께 살아갑니다. 숱한 들풀하고 같이 살고, 온갖 멧새하고 같이 지내요. 곰곰이 보자면 “우리 동물”이 아닌 “우리 이웃”입니다. 한자말이라서 아니라, 우리는 예부터 ‘우리·이웃·이야기’라는 낱말만 썼을 뿐, ‘동물·식물’ 같은 낱말은 안 썼습니다. 이름부터 되찾아야 숲을 되찾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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