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
정송희 지음 / 새만화책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8.21.

만화책시렁 512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

 정송희

 새만화책

 2004.5.25.



  나라가 거꾸로 간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거꾸로 간다고 느끼기에 바로서는 길을 찾거나 헤아리는 사람이 태어납니다. 나라가 아름답게 간 적이 있는지 돌아볼 수 있다면, ‘바로잡기’로는 바로잡힐 수 없는 나라인 줄 깨닫겠지요. 온누리 어디를 보아도 ‘나라(국가·정부)’가 서면 썩어문드러집니다. 가시내가 우두머리에 있든 사내가 우두머리로 서든 매한가지입니다. ‘우두머리(대표·대통령·통치자·지도자)’라는 위쪽이 있으니 으레 아래쪽이 나란히 생기면서 위아래로 가르는 틀을 사람들 스스로 단단히 올려요. 우두머리는 그저 사람들을 가볍게 허수아비로 휘두를 뿐입니다. 우리는 우두머리를 바라보느라 막상 보금자리를 잊고 마을을 잃으면서 헤맵니다.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이 처음 나온 2004년부터 틈틈이 되읽었습니다. 2023년쯤 이르자 어느덧 ‘해묵은’ 줄거리로 여길 만하구나 싶은데, 숱한 사람들은 이 그림꽃에 나오는 생채기에 고름에 멍울을 온몸으로 맞아들여야 했습니다. 가시내는 가시내대로 배움터·마을·집·나라·일터에 버시집(시가媤家)에 시달리고 밟혔어요. 사내는 사내대로 배움터·마을·집·나라·일터에 싸움터(군대)로 들볶이고 밟혔습니다. 누가 때리고 죽였을까요? 맞고 다친 사람은 오늘 어느 자리에 섰나요? 사랑을 스스로 잊기에 화살에 쏩니다. 사랑을 스스로 등지기에 안 바꿉니다. ‘손짓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빛나는 숲집을 안 지으니 짐과 빚에 허덕입니다.


ㅅㄴㄹ


“국민학교 4학년 때였어. 담임은 여자애들이 칠판의 문제를 풀면 옆에서 보고 있었지. 문제를 거의 다 풀 때쯤 어깨에 손을 얹고, 다른 손으로 가슴에 손을 댔어. 이제 막 몽오리가 생겨서 살짝 스치기만 해도 아픈 곳을 꼬옥 눌렀지.” (12쪽)


“우리 확 19세기로 가 버릴까?” “좋아! 거기서 우린 좋은 모델이 될 거야∼.” (100쪽)


“좋아하면 아무 데서나 그래야 돼?” “그런 건 아니고.” “난, 여기가 싫어.” (16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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