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호랑나비 2023.9.1.쇠.



마음에 안 든다면서 바꿀까? 마음에 안 차기에 바꾼다고 해야 걸맞아. 마음에 안 들 적에는 ‘갈’지. 마음에 차도록 바꾸는데, ‘배우’려 하기에 바꾸면서, 마음이 차오르는 길에 선단다. ‘배울 마음이 없’는 채 ‘뜻대로 움직이려’고 하기에 ‘갈’아. 그래서 ‘갈아치우는’ 사람은 마음이 허전하니 또 갈고 자꾸 갈면서 더욱 허탕에 빈수레란다. 마음이 그대로 가기를 바라니 ‘고쳐’. 마음에 맞기를 바라니 ‘손질’을 해. 그러면 너희는 나비 한 마리 이름을 어떻게 보겠니? ‘호랑띠’가 아닌 ‘범띠’이고, ‘호랑이’가 아닌 ‘범’인데, 언제까지 ‘호랑나비’ 같은 ‘낡은’ 이름을 붙들 셈이야? ‘배우는 마음’으로 차오르면서 ‘바꿀’ 수 있니? ‘이름갈이’가 아닌, ‘이름고침’이 아닌, ‘이름손질’이 아닌, ‘이름바꿈’을 할 수 있겠니? 나비를 바라보면서 이웃으로 여기고 동무로 만나려는 마음이라면 ‘범’무늬를 그대로 이름으로 삼을 테지. 나비 한 마리뿐 아니라 숲짐승 한 마리를 너희랑 함께 살아가고 숨쉬고 노래하는 이웃이자 동무로 마주하려고 생각을 바꿀 줄 안다면 ‘범’을 볼 수 있을 테고. 너희가 어떤 허울에 길들고 물들라면서 넌지시 뒷심을 쓰는 우두머리나 무리가 있어. 너희가 스스로 눈뜨고 깨어나고 거듭나고 일어서라면서 가만히 밑힘을 기울이는 작은이가 있어. 넌 무엇을 보니? 넌 어디로 가니? 넌 무엇을 아니? 오늘은 어디로 가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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