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7.


《체벌 거부 선언》

 아수나로 엮음, 교육공동체벗, 2019.5.5.



다시 볕날. 읍내를 다녀오는데, 창피한 줄 모르고 시골버스에서 시끄럽게 장난치는 푸름이를 본다. 이들은 어버이·배움터 길잡이·마을사람한테서 얼뜬 말짓을 배운다. 다만, 모든 푸름이가 얼뜬 말짓을 배우지는 않는다. 적잖은 푸름이가 휩쓸리고 길들고 망가지는데, 망가지는 줄 스스로 모른다. 읍내 나무숲 곁으로 가서 다리를 쉬며 바람을 마신다. 저잣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탈바꿈·허물벗기’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본다. 탈을 바꾸거나 허물을 벗더라도 참사람으로 가지 않는다. 겉모습만 바꿀 뿐이니까. 날개돋이를 할 노릇이요, 오직 사랑이란 마음으로 볼 일이다. 《체벌 거부 선언》을 읽었다. 처음 나올 무렵에는 책집에서 읽다가 내려놓았고, 올봄에 다시 보이기에 장만했는데, ‘거부 선언’으로는 하나도 못 바꾼다. 말로는 외치지 말고, 집에서 스스로 아이들하고 바꾸어 가면 된다. 책에 글을 실은 분들 가운데 집에서 아늑살림을 일구는 분이 있을까? 스스로 일구는 포근살림을 글로 쓴 분은 하나도 없다. 다들 ‘탓’을 한다. 나라·틀거리(제도)·수렁(입시지옥) 탓을 할 만하되, ‘밉놈(적군)’을 갈라서 깎음말을 일삼는 길이라면, 새길 아닌 ‘길든 굴레’일 뿐이다. 매를 치워도 사랑이 없으면 도루묵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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