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 만화읽기 . 만화비평 2023.8.24.

만화책시렁 573


《도자기》

 호연

 애니북스

 2008.5.13.



  마음은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마음은 마음으로 봅니다. 눈은 무엇으로 볼까요? 눈은 눈으로 봐요. 몸은 몸으로 볼 뿐, 몸을 마음으로 볼 수 없습니다. 생각은 생각으로 볼 테지요. 숲은 숲으로 볼 테고, 바람은 바람으로 볼 테며, 바다는 바다로 보겠지요. 사람이라면, 서로 사람으로 볼 적에 비로소 사람답습니다. 사람으로 여기는 눈길이 없다면 위아래(질서·계급)로 가릅니다. 사람으로 나누는 눈빛이 없기에 돈·이름·힘 따위 껍데기에 얽매이는 터라, 사람한테서 피어나는 사랑을 못 봅니다. 《도자기》는 “바라보기란 사랑하기”라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질그릇(도자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더 높거나 나은 질그릇은 없고, 더 낮거나 못난 질그릇도 없습니다. 다 다른 질그릇은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른 살림살이로 제몫을 하면서 먼 옛날을 살아냈어요. 우리가 손에 쥐는 접시나 수저도 매한가지예요. 비싼 그릇이라서 좋거나 나을까요? 값싼 그릇이라서 떨어질까요? 나뭇가지를 슥슥 손질해서 쓰는 수저는 엉성할까요? 마음으로 마음을 본다면, 질그릇에 깃든 살림하고 숨결을 읽습니다. 마음으로 마음을 안 보기에 ‘문화재·국보·보물’ 같은 이름을 붙이기는 하되, 정작 ‘사람살이·숲살이·사랑살이’를 못 봅니다.


ㅅㄴㄹ


“서울사람 같네요. 실은 거의가 외롭다는군요.” (청자상감 구름 학 무늬 병/18쪽)


“개구리다.” “위험해.” “어, 이 자식 더워서 안 움직이나.” “죽은 척하는 거야.” “나 시골 가서 개구리 봤다.” “난 두꺼비도 밟아죽였어. 타이어에 펑.” 이것이 20대 중반 어른들 대화 수준. (청화백자 매화 대나무 무늬 연적/70쪽)


“뭐 해?” “토기에 내 일상을 붙여 먼 후대까지 알릴 거야.” (토우장식 긴 목 항아리/99쪽)


“넌 좋겠네. 책 안 읽어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인 줄 알어.” (청자 철채 퇴화 잎 무늬 매병/15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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