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6.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프란시스코 판 더르 호프 보에르스마/박형준 옮김, 마농지, 2020.4.30.



새벽까지는 비이다. 아침부터 해이다. 가볍게 일렁이는 바람을 느끼다가, 두바퀴를 달려 들길을 가른다. 뒤꼍 개오동나무 꽃내음이 물씬 번진다. 해마다 맡은 달근한 꽃내음이 개오동나무였구나. 곰곰이 생각하자니, 인천 골목 곳곳에 오동나무도 개오동나무도 있다. ‘개’란 앞말이 붙으면 어쩐지 얄궂게 여기지만, “날이 개다”라든지 ‘갯벌’처럼 쓰는 ‘개’요, “이불을 개다”처럼 쓰기도 하다. 우리는 그야말로 우리말을 모르거나 등진다. ‘참꽃·개꽃’에서 ‘개’는 못 먹는다는 뜻일 뿐일까? ‘개나리’나 ‘개살구’는 무엇을 가리킬까? 스스로 생각하고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을 읽었다. 잘 여민 책이되, 참 어렵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누가 ‘선언’을 하겠는가. “가난한 사람들은 외친다”고 해야지. “가난한 사람들 목소리”라고 해야지. 이웃을 헤아리려고 한다면, 이웃이 마음을 가꾸고 생각을 밝히는 말을 살릴 노릇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이에 있다. 사람 사이에도, 마을 사이에도, 숲 사이에도 있을 뿐 아니라, 뭇별 사이에도 있다. 별하고 별 사이에 있는 나를 본다면, 너랑 나 사이에 바람이 흐르는 줄 느낀다면, 우리는 새롭게 눈을 뜨고 숨을 틔워서 활짝 피어날 만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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