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8.22.
오늘말. 쓱
누가 뒷길로 새는가요. 왜 검은길을 노리나요. 큰길도 작은길도 없습니다만, 삶길은 있습니다. 살림길이 있고 사랑길이 있어요. 뒷구녁으로는 아무런 살림이 없고, 깜구멍으로는 어떤 사랑도 없어요. 훌륭하게 보여야 하지 않습니다. 힘차게 해야 하지 않습니다. 점잖지 않아도 되고, 조용해도 넉넉해요. 높게 여기는 길이 아닌, 스스로 즐겁게 피어나는 길이기에 아름다워요. 드높일 까닭이 없이 서로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마주보기에 흐뭇합니다. 땅에 뿌리를 막은 풀꽃은 땅한테서 기운을 얻으니 언제나 기운찹니다. 하늘로 줄기를 올리고 가지를 뻗는 나무는 하늘한테서 기운을 받으니 노상 칠칠맞습니다. 이름을 팔면서 알음알음으로 뒷주머니를 차는 사람은 한동안 두둑하니 좋을는지 모르지만, 스리슬쩍 뒹구는 벌잇감은 오래가지 않아요. 몰래짓으로는 기쁨이 자라지 않거든요. 쓱 돌리거나 슬쩍 빼내어 고물을 얻는 뒷장사도 오래갈 수 없어요. 아직 안 알려졌을 뿐, 속으로 곪아요. 가만히 풀잎을 쓰다듬고, 느긋이 나뭇잎을 품어 봐요. 어느 잎망울도 자랑하지 않아요. 모든 잎새는 잎답게 푸릅니다. 사람으로서 푸른 얼굴로 품새를 가다듬기를 바라요.
ㅅㄴㄹ
뒤·뒷길·뒷구멍·뒷구녁·뒷놈·뒷장사·뒷팔이·뒷주머니·몰래·몰래쓰다·몰래질·몰래짓·몰래일·검은구멍·까만구멍·깜구멍·검은길·까만길·깜길·그냥·그냥그냥·그냥저냥·알음알음·알음알이·살그머니·살며시·살짝·스리슬쩍·슬그머니·슬며시·슬쩍·슥·슥슥·소리없다·말없다·쓱·조용히·가만히·가볍다·속·속말·속소리·안 알려지다 ← 비공식, 비공식적
의젓하다·칠칠맞다·칠칠하다·훌륭하다·높다·드높다·드세다·무게·무게있다·반듯하다·번듯하다·기운세다·기운차다·힘있다·힘차다·다부지다·당차다·올차다·조용하다·차분하다·가만가만·점잖다·얼굴·이름·꼴·쪽·품·품새·멋·자랑·-답다·-다운·-스럽다·-처럼 ← 위엄(威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