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8.22.

오늘말. 떠돌깨비


여러 고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물맛이 다른 줄 느낍니다. 터전이 다르니 물줄기가 다르게 흐르고, 해도 바람도 들숲도 달라요. 샘물에도 꼭짓물(수돗물)에도 숨빛이 있습니다. 샘물에는 빗방울에 구름에 바닷방울로 넘실거리면서 꿈꾸던 숨결이 일렁이고, 꼭짓물에는 큰못에 갇힌 채 맴돌던 숨소리가 깃들어요. 사람들은 나들이를 다닌다고 하는데, 물방울도 늘 새롭게 몸빛을 바꾸어 온누리를 떠돌아요. 물이란, 떠돌깨비인 물꽃이랄까요. 가만 보면 바람도 온누리를 두루 누벼요. 바람이란, 떠돌꾸러기인 바람꽃 같습니다. 손바닥에 물을 받아서 한 모금을 마시기 앞서 가만히 바라보면서 비손을 합니다. 이 물이 몸으로 스며서 즐겁게 춤추기를 바랍니다. 물 한 모금을 품은 몸이 바람새처럼 홀가분하게 푸른별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길을 그립니다. 파랗게 번지는 하늘빛을 담은 물을 머금으면서 생각하고, 푸르게 출렁이는 들빛이 실린 물을 맞이하면서 비나리를 합니다. 파란하늘처럼 파란물빛으로 일어서고, 푸른들처럼 푸른물살로 깨어나서 별나그네하고 도란도란 수다를 펴는 하루이고 싶습니다. 풀밭에서 한뎃잠을 누리는 풀벌레가 푸르게 노래하는 가을입니다.


ㅅㄴㄹ


마실물·먹을물·물·물길·물줄기·샘·샘물·샘빛·샘길·샘꽃 ← 식수(食水)


-고프다·싶다·생각·바라다·바람·그리다·꿈·꿈꾸다·비나리·비손·빌다·노리다·되다·품다·엎드리다·절·작은절·큰절·큰꿈·큰뜻·파란꿈·푸른꿈·푸른뜻 ← 기원(祈願), 발원(發願)


나그네·집없다·길살림이·떨꺼둥이·한뎃잠이·떠돌다·떠돌아다니다·떠돌이·떠돌뱅이·떠돌깨비·떠돌꾸러기·뜨내기·뜨내기꾼·제멋대로·맴돌다·맴돌이·굴러다니다·굴러먹다·바람·바람꽃·바람새·바람이·흐르다·흘러가다·헤매다 ← 동가식서가숙, 무주택, 부랑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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