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방긋 청색종이 동시선 3
조하연 지음, 최라윤 그림 / 청색종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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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문학비평 . 동시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316


《눈물이 방긋》

 조하연 글

 최라윤 그림

 청색종이

 2019.10.26.



  말이 왜 말인 줄 바라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고, 못 느끼다 보면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이지 않다 보면 배우지 않아서 모르는 채 뒹굽니다. 모르기에 나쁘지 않아요. 모르는 채 뒹굴기에 쳇바퀴일 뿐입니다. 말이 왜 말인 줄 알면 ‘장난’을 안 합니다. ‘말장난’이란, “자잘한 말질”이에요. ‘말짓’이 아닌 ‘말질’은 질퍽거리는 진흙마냥 덕지덕지 엉겨붙으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아요. ‘장난 = 작은 몸질’이거든요. ‘몸짓(몸으로 지음)’이 아닌 ‘몸질(몸으로 작게 뒹굴기)’에 갇히면, 자질구레한 길로 나아가다가 ‘재주·재미’에 파묻혀요. ‘재주·재미 = 작다·잘다·좁다’예요. 작대서 나쁠 일이 없으나, ‘재주·재미 = 안 작아 보이려는 마음으로 바르고 붙이고 입혀서 꾸미고 보태어 허울을 키우기’입니다. 《눈물이 방긋》을 읽는 내내 한숨을 쉬었습니다. 말로 ‘놀이’를 하지 않고서 ‘장난’을 치거든요.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무엇을 보여주고 들려주어 물려주려는 매무새요 몸짓일는지 생각하는 사람으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아무 말이나 한다면 ‘아무개’이고, 말장난에 말재주를 부리려 하면 ‘잔챙이’입니다. 안개에 갇힌 듯하고 아직 알아가지 않는 ‘아무개’라면, 앞으로 자랄 올챙이처럼 아직 자잘하게 갇힌 ‘잔챙이’입니다. 자잘하게 헤매니 ‘잘못’이고, 자잘한 데를 넘으니 ‘잘’이에요. 잔소리 같은 잔말에서 멈추는 장난·재주·재미가 아닌, 삶소리·사랑말을 봅시다.


ㅅㄴㄹ


내가 어디가 예뻐? / 묶은 머리 // ‘묶은’이라 말할 때 / 승훈이 입술을 봤어 // 머리를 묶을 적마다 / 뭉텅뭉텅 웃음이 나 // ‘묶은 머리’라는 말 자국이 / 내게 빨갛게 물들었어 (자국/12쪽)


지하철 몇몇 칸에는 약한 냉난방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약난방칸이 있다 약하기도 하고, 약한 게 약이 되기도 하는 약이라는 말 바람 약하게 불러들이는 약한 칸 (약한 것들도/20쪽)


아버지는 일요일이면 소 같은 아들하고 운동장을 뒹굴고 딸하고는 소고기를 굽자 하지 언뜻언뜻 가깝다가도 언뜻언뜻 멀어지곤 하는 소 같은 아들과 소고기 그 둘의 사이 // 소 같은 아들 소 힘줄 같은 딸과 수입산 소고기 구우면서 마시는, 소주 한 잔에 소소하고 소소한 일요일 저녁이 치치치치 익지 (한 근으로/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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