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계신 낙타께
김성민 지음, 박요셉 그림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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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문학비평 . 동시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358


《고향에 계신 낙타께》

 김성민

 창비

 2021.1.15.



  글쓰기는 하나도 안 대단합니다. 걷기나 기기나 서기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말을 하거나 듣는 매무새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별을 올려다보는 눈길이나 멍한 눈빛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노래(시) 한 자락을 쓰거나 읽는 삶도 안 대단합니다. 이 모든 속빛을 보고 느끼고 안다면, 누구나 노래(시)를 쓰고 읽고 나눕니다. 이 모든 속빛을 안 보고 안 느끼고 모른다면, 누구나 허울을 쓰고 탈을 쓰고 용을 쓰고 악을 씁니다. 오늘날 숱한 ‘시’는 ‘허울쓰기·탈쓰기·용쓰기·악쓰기’입니다. 그저 ‘삶쓰기·하루쓰기·오늘쓰기·마음쓰기·생각쓰기·사랑쓰기·숲쓰기’를 하면 될 뿐인데, 자꾸자꾸 ‘쓰기(소비)’에 매달립니다. 네, 그래요. 오늘날 ‘성인시·청소년시·동시’는 죄다 ‘쓰기(소비)’입니다. ‘담기·열기·옮기기·그리기’에 ‘말하기·생각하기·나누기·사랑하기’도 아니고, ‘짓기(지음)’로는 터럭만큼도 안 다가섭니다. 《고향에 계신 낙타께》를 여러 벌 곱읽었습니다. 삶쓰기만 하면 되고, 하루쓰기를 하면 넉넉합니다만, 왜 자꾸 허울쓰기에 용쓰기를 해야 할까요? 왜 이렇게 꾸미고 붙이고 덧달아서 스스로 얽매여야 할까요? 뭔가 대단하거나 남다르거나 유난하거나 돋보이는 글감을 찾으려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리내(은하수)를 맨눈으로 보고도 고작 달가림(월식)을 꾸밈글로밖에 덧대지 못 한다면, 제발 ‘수수한 별 한 송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별밤을 누리시기를 바라요. 별은 안 꾸며요.


ㅅㄴㄹ


해를 살짝 가린 / 지구가 // 달이랑 살포시 // 포개진 // 그날 밤 // 별들은 쪼그만 눈을 더 반짝 떴고 // 은하수는 괜히 한 번 출렁였대 (월식/35쪽)


비 오고 바람 붑니다 / 거미가 흔들흔들 매달려 있습니다 / 흔들흔들 매달려 있는 걸 보니 바닥도 없는 집인가 봅니다 (거미집 2/90쪽)


+


《고향에 계신 낙타께》(김성민, 창비, 2021)


동물원에 살지만 실은 적막 속에 있는 것 같아요

→ 짐승우리에 살지만 막상 고요히 갇힌 듯해요

→ 짐승터에 살지만 아마 말없이 잠긴 듯해요

5


무슨 기억을 되새김하고 있을까요

→ 무슨 하루를 되새길까요

→ 무슨 나날을 되새길까요

5


바위는 진화 중이에요

→ 바위는 거듭나요

→ 바위는 바뀌어요

→ 바위는 달라져요

14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건 소용없어

→ 한꺼번에 많이 마셔 봤자야

→ 한꺼번에 많이 마셔도 덧없어

16


준비됐어? 그럼 시작!

→ 다 됐어? 그럼 한다!

→ 됐어? 그럼 간다!

17


들어 있던 얼음이 꽤 작아졌어요

→ 든 얼음이 꽤 줄었어요

21


누군가는 침 뱉고 가고

→ 누구는 침 뱉고 가고

28


주전들 쉴 때 주전자 들고 있는 후보 선수 마음

→ 꼭두가 쉴 때 물동이 든 뒷사람 마음

45


달걀을 삶아 왔는데 인기 짱이었어

→ 달걀을 삶아 왔는데 다들 좋아해

→ 달걀을 삶아 왔는데 모드 반겨

56


흔들흔들 매달려 있는 걸 보니

→ 흔들흔들 매달린 모습을 보니

→ 흔들흔들 매달렸으니

90


나무가 나무의 씨앗을 심는 건

→ 나무가 나무씨앗 심으니

→ 나무는 나무씨앗 심으며

91


아주 오래전부터 날아오고 있었던 거지

→ 아주 오래오래 날아왔지

→ 아주 옛날부터 날아왔지

9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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