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약품 2023.8.16.물.
낫고 싶으면 나을 일이야. 낫겠다는 마음으로 서도록 나아갈 일이지. 낫고 싶기에 무언가 챙겨먹을 수 있어. 그런데, 먹어야 낫거나 안 먹어야 나을까? 나으려는 마음으로 나아가기에 ‘먹든 안 먹든’ 나아. 나으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먹든 안 먹든’ 그대로이거나 나쁘지. 더 헤아린다면, 삶이라는 길은 ‘나아감’이야. ‘낫기(좋기)·나쁘기’가 아냐. 나은(좋은) 쪽이냐 나쁜 쪽이냐 하고 가르려 하기에, ‘나’라는 길을 ‘알’면서 ‘가’는 삶하고 동떨어져. ‘나아가다’란, “나를 알면서 가다”야. “나은 쪽으로 가다”가 아니란다. 들숲을 보렴. 풀이 나면(나오면) 나쁘니? 그래서 ‘약(농약·죽임물)’을 쳐야겠니? 풀이 나기에, 어떻게 푸르게 덮어서 풀어내는지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겠니? ‘약’을 쓰기에 낫거나 나쁘지 않아. ‘약’은 다 죽여. 죽이는 노릇이 ‘약’이야. 살리는 노릇은 ‘풀어내는 푸른 풀’일 뿐이지. 풀을 푸르게 품기에 살림길이란다. 풀을 미워하면서 밟고 뽑고 베고 죽이는 곳에 무슨 ‘사랑·삶·살림’이 있겠니? 보렴. 모든 ‘약’은 ‘죽여서 없애려는 미움·싫음’이 가득하단다. 너희가 몸 어느 곳이 너무 아프고 괴롭다고 여겨서, 이제 ‘아픈 배움’은 끊거나 끝내고 싶으니 ‘죽음길 = 약’으로 다스리려 한단다. 부디 ‘약’이 무엇인지 찬찬히 짚고 제대로 보고 올바로 알기를 바라. ‘죽임물(죽음물)’을 머금어서 ‘몸 한켠’이 죽었으니 ‘다른 약’을 쓰려 하면, 아주 죽이는 짓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