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6.
《선생님, 채식이 뭐예요?》
이유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7.12.
일산 할머니가 큰아이한테 옷꾸러미를 보내 주신다. 이웃한테서 얻은 옷이라 하는데, ‘솜(면)’이 아닌 ‘폴리’가 가득하다. 큰아이는 할머니가 보내준 마음은 고마워도 이 옷을 못 입겠다고 얘기한다. 지난 열여섯 해에 걸쳐 일산 할머니랑 음성 할머니한테 ‘폴리 옷’은 안 입는다고 여쭈었으나, 하나도 모르신다. 샘물에 한참 담갔다가 비누질을 해놓고 또 담갔다가 헹구어도 냄새는 안 빠진다. 이레쯤 해바람에 말려도 냄새가 가시지 않으면 치워야겠다. 《선생님, 채식이 뭐예요?》를 곰곰이 되새긴다. ‘채식’을 말하는 분이 많다만, ‘풀밥’을 말하는 분은 드물다. 우리말 ‘풀’을 모르는 탓도 클 테고, “풀을 먹는다”라는 생각을 아예 못 하더라. 밥을 먹으니 ‘-밥’이다. ‘육식’이 아닌 ‘고기밥’이다. ‘잡식’이 아닌 ‘먹보·먹깨비’나 ‘게걸밥’이다. 더 헤아려 보자. 김치는 풀밥인가? 김치가 몸에 안 받는 사람은 어찌할까? 밀이나 쌀을 먹으면 풀밥인가? 밀이나 쌀이 몸에 안 받는 사람은 어떡할까? 풀죽임물을 잔뜩 치는 논밭짓기라든지, 비닐집에서 키우는 남새는 무엇일까? 풀을 먹느냐 마느냐도 대수롭겠지만, ‘스스로’ 일구는지,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거둔’ 것을 ‘사는지 마는지’부터 쳐다볼 일이지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