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0.


《여자도 달릴 수 있어!》

 아네트 베이 피멘텔 글·미카 아처 그림/정수진 옮김, 청어람아이, 2018.8.8.



새벽에 조금 세게 부는구나 싶던 바람이 아침에는 잦아들더니 이내 해가 난다. 고흥은 가볍게 지나가는 돌개바람이다. 곰곰이 보면, 큰물을 막아야 한다는 핑계로 멧자락을 허물고 잿더미(시멘트)를 들이붓는 삽질을 하려고, 자꾸 두려움씨를 심는다. 그러나 푸나무를 걷어내고서 잿더미를 씌우면 빗물이 매우 빠르고 거칠고 크게 휩쓴다. 풀숲하고 나무숲이 있을 적에는 풀뿌리랑 나무뿌리랑 흙이 빗물을 잡고 가둔다. 사람들이 들숲을 밀고서 잿더미를 늘릴수록 작은 돌개바람에도 큰물이 번진다. 더위를 다스리고 추위를 눅이며 큰물이며 가뭄을 다독이는 길은 오직 하나 ‘숲’이다. 저물녘에는 구름이 다 걷히고 별잔치를 이룬다. 모든 별이 깜빡이고, 미리내가 하얗게 밤하늘을 가로지른다. 이웃 누구나 별밤에 미리내를 맨눈으로 누리도록 서울 한복판도 숲으로 바꾸길 빈다. 《여자도 달릴 수 있어!》를 읽고서 돌아본다. “Girl Running”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누구나 달리기”를 바라는 마음인가, ‘두려움씨’ 못지않은 ‘미움씨’를 심으려는 굴레인가? 누구나 함께 맨발로 들숲바다를 달리기를 바란다. ‘우리 쪽’만 바라보려는 굴레가 아닌 ‘어깨동무하는 누구나’를 헤아리는 살림숲을 품을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GirlRunning #AnnetteBayPimentel #MichaArcher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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