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자폐 2023.8.6.해.



‘사회 일반인’이라는 틀로 가를 적에는, ‘자폐(自閉)’를 “스스로 가두는 병”으로 여기더구나. 그런데 보렴. 모든 사람은 “나를 닫음”이 아니라 “내가 너랑 다름”을 느끼고 알지 않아? 모습·빛·세기·크기·잦기가 다 다를 뿐, 모든 사람은 “스스로 속으로 닫기”를 한단다. ‘자폐’라는 이름을 아주 굴레로 삼아서 가르거나 가두지 않기를 바라. 아기는 아기야. 아이는 아이야. 아기나 아이가 자라고 살아가는 길을 그대로 보고서 고스란히 받아들이기를 바라. 너는 능금을 손에 쥐어 먹을 적에 ‘딸기맛’을 떠올리거나 바라니? 너는 물을 한 모금 마실 적에 ‘커피’나 ‘콜라’이기를 바라니? 감자를 먹을 적에는 오롯이 감자인 줄 알아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야겠지? 배추는 배추맛을, 버섯은 버섯맛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일 노릇이야. 곁이나 둘레에 있는 사람이 어떤 숨결인지 네 온마음을 열고서 받아들이고 함께하렴. 네 온몸을 다해서 온눈을 틔워 마주하고 만나렴. “이 사람(아기·아이·어른)”을 “저 사람(아기·아이·어른)”으로 여기면서 굴지 마. 천천히 가는 아이를 왜 다그치니? 가만히 쉬는 아이를 왜 닦달하니? 서로 나란히 있으면서 눈높이를 맞추고 눈빛을 나누렴. 철을 읽고 느끼면서 어질고 슬기로이 사랑을 펴는 살림을 보이렴. 속으로 달려가면서 길을 찾는 몸짓을 느끼렴. 다가가야 닿으면서 담을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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