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중립이라는 2023.7.28.쇠.
“어느 쪽으로 서거나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중립’을 말하더구나. 그러면 생각을 해보니? ‘어떤 눈’으로 보기에 “어느 쪽으로도 서지 않는 가운데”일까? 너는 ‘중립’이라고 내세우지만, 네가 ‘중립이라 여기는 자리’는 “이미 한쪽으로 서거나 기울거나 치우친 자리”이지는 않니?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다”가 ‘중립’일 수 없어. ‘중립’이라는 말을 제대로 쓰려면, 먼저 “모든 자리를 고루 넓게 깊이 보고 헤아려서 사랑으로 가눌 줄 아는 눈”이 있을 노릇이야. “어질거나 참답거나 슬기롭거나 아름답다고 여길 눈”이라면 ‘안 기울고 안 치우치’겠지. 그런데 네 눈길이 어지니? 네 눈이 참답니? 네 머리가 슬기롭니? 너는 사람답고 사랑스럽고 숲빛이니? 너는 별빛을 담은 숨결이니? 너는 나비랑 함께 날고 멧새랑 함께 노래하고 풀꽃나무랑 함께 푸르니? 너는 바다랑 함께 깊고 맑고 탁 틔웠니? 너는 씨앗처럼 아름답게 꿈을 그리니? 너는 빗물처럼 하늘땅을 정갈하게 씻니? 너는 별처럼 반짝이니? ‘네 눈’은 무엇이기에 ‘어떤 중립’을 한다고 내세우니? ‘왼쪽’에 서든 ‘오른쪽’에 서든 마찬가지야. ‘왼·가운데·오른’ 가운데 어느 쪽에 서야 옳을 수 없어. 밝고 맑고 푸르고 착하고 곱고 참답고 어질고 슬기롭게 사랑인 눈길은 다음에라야 ‘왼’이든 ‘가운데’이든 ‘오른’이든 설 수 있어. ‘네 눈’부터 비우고 씻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