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7.29.

숨은책 853


《민요기행》

 신경림 글

 한길사

 1985.9.15.



  스무 살이던 1995년 여름에 ‘수람(장학퀴즈 출연자 모임)’이라는 곳에서 배움빛(학술부장)을 맡으며 이레마다 책을 하나씩 골라 함께 읽고서 생각을 살찌워 보자고 했습니다만, ‘책배움모임’에는 늘 서넛∼대여섯만 나왔고, 이 모임이 끝날 즈음부터 북적북적하더니, 술자리가 무르익는 저녁이면 쉰이 넘고, 백 사람도 가볍게 넘었습니다. 책 한 자락 함께 읽으면서 배우는 모임은 따분하되, 술그릇을 부딪히며 수다 떠는 자리는 신나는가 봅니다. 《민요기행》을 함께 읽자고 하던 날, 배움모임은 다른 때처럼 썰렁했고, 뒷풀이 술자리에 느즈막이 나온 윗내기(선배)가 “그런데 요즘 시대에 ‘민요’는 좀 그렇지 않냐? 누가 민요를 듣냐?” 하고 묻더군요. “‘민요’는 먼 옛날 노래가 아니라, 보금자리를 가꾸며 일하는 사람이 아이한테 물려주는 살림노래입니다. 옛날처럼 들노래를 더는 안 부르더라도, 우리 스스로 하루를 새기면서 스스로 노래를 지을 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고 대꾸했으나, 윗내기는 피식 웃기만 하더군요. 《민요기행》에는 ‘술수다’가 으레 곁따릅니다. 술이 나쁘지는 않되, 삶·살림·사랑을 잊으면 넋도 잃습니다.


이곳도 농업의 기계화 바람은 예외가 아니어서 70퍼센트 이상이 기계농업이다. 농약의 피해도 엄청나서, 작년까지만 해도 그가 택시로 실어나른 농약 중독자가 4∼5명이 되는데, 농약 살포 기계와 기술이 나아져서 올해에는 훨씬 줄었다 한다. 박태산 기사는 이 고장도 관광지로 개발되기를 희망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또 서울사람들이 몰려들어 짓밟을 일을 걱정하기도 했다. (284쪽/1984.1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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