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7.29.

숨은책 850


《17세의 모순》

 백시영

 범우사

 1982.6.30.첫/1992.4.30.9벌



  예전에는 흔히 했으나 이제는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여기는 몸짓이 있는데, 요즈음이라 함부로 하면 안 되는 몸짓이 아닌, 예전부터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할 몸짓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짓은, 사람이 스스로 살림을 짓는 하루하고 등지면서 불거졌습니다. 위아래(신분·계급)가 나타나면서 주먹다짐이 생깁니다. 위아래가 없는 곳에는 어깨동무가 있고, 어깨동무하는 사이에서는 깎음말도 낮춤말도 없어요. 스스로 높이고 서로 돌보는 말씨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장영달 증정” 같은 글씨가 곳곳에 찍힌 《17세의 모순》을 보면서, ‘국회의원이 책을 읽기도 하는구나’ 하고 여기다가, ‘여학생 찬미’가 자꾸 흐르는 줄거리에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재미’도 아닌 ‘잔재미’라 하는 대목부터 얄궂고, ‘여학생’을 노리개처럼 바라보면서, ‘남학생’도 나란히 까는, 이러면서 글쓴이 스스로 갉아먹는 글을 1982년에 책으로 선보였는데, 글쓴이는 ‘숙명여고 국어 교사’였다더군요. 순이도 돌이도 꽃이고, 아이도 어른도 꽃입니다. 누구나 꽃입니다만, 노리개도 장난감도 아닙니다. 이런 책을 ‘드림’으로 사다 나른 벼슬꾼은 우리 민낯입니다.


여학생은 잔재미가 있어 좋다. 같은 말이라도 방긋 웃으며 말을 붙이니 어찌 정들지 않겠는가? 복도에서 스칠 때마다 인사다. 귀엽게 생긋 웃으며 눈만 깜짝, 고개는 숙일 듯 말 듯,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귀여운 막내딸처럼 재롱부리듯 대하는 이 여학생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145쪽)


+


어딘가 연고지를 찾아서 나섰을 것이다

→ 어딘가 아는곳을 찾아서 나섰으리라

32쪽


나의 생활이 있고, 나의 생활은 나의 힘으로 열어젖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 내 삶이 있고, 내 삶은 내 힘으로 열어젖혀야 하는 줄 깨닫는다

42쪽


이처럼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까

→ 이처럼 무서울까

→ 이처럼 두려울까

56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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