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몰라봄 2023.4.10.달.
넌 너를 알아보니? 네 마음을 알아보며 누리고 나누면서 사랑하는 하루라 할 수 있니? 넌 네 둘레를 알아보니? 네가 있고 서고 머물고 살고 놀고 일하는 곳을 알아보며 가꾸고 노래하면서 웃는 오늘이라 할 수 있니? 네가 너를 알아보면, 남들이 너를 몰라보더라도 대수롭지 않아. 아니, 네가 너를 알아보는데, 네가 왜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볼까? 네가 너를 못 알아보면, 둘레에서 남들이 알아보건 말건 대수롭지 않아. 참으로 그렇지? 네가 너를 스스로 못 알아보는데, 네가 너를 스스로 살아내어 사랑할 길이 없어. 남들이 너를 좋아해 줄 수 있어. 그러나 너는 ‘남들 좋아함 기운’으로는 버티지도 살아남지도 않아. 네가 살아나거나 살아숨쉬는 기운은 언제나 ‘네가 너를 스스로 알아보아 사랑할 적에 저절로 피어나고 샘솟아서 가없이 퍼지는 빛’이란다. ‘알아봄’은 ‘자랑’하고 멀어. 너는 네가 가멸차거나 가난한 줄 알아볼 만해. 너는 네 키나 몸집이나 손힘을 알아볼 만해. 너는 네 눈짓이나 손짓·발짓·몸짓을 알아볼 만해. 너는 네가 튼튼하거나 아픈 줄 알아볼 만해. 너는 네가 휩쓸리거나 휘말리는 줄 알아볼 만해. 너는 네가 호젓하거나 홀가분히 나아가는 줄 알아볼 만하지. 네가 너를 볼 적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느끼고 맞아들이는 숨결인가’를 살피렴. 못 해도 즐겁고, 잘 해도 대견해. 넘어져도 신나고, 일어서도 훌륭하지. 졸린 너를 알아보렴. 걱정하거나 떠는 너를 알아보렴. 들끓거나 서운한 너를 알아보렴. 스스로 알아볼 적에는 녹이거나 풀거나 바꾸거나 씻거나 놓지. 몰라볼 적에는 허둥지둥 안절부절 부들부들 되풀이할 테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