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바퀴벌레 2022.8.28.해.



바퀴벌레를 손바닥에 얹고서 소근소근 얘기할 수 있니? 무당벌레를 손등에 앉히고서 쉬라 할 수 있니? 집게벌레를 팔뚝에 올리고서 네 꿈을 말할 수 있니? 사슴벌레랑 눈높이를 맞추면서 네 사랑을 밝힐 수 있니? 지네가 허벅지를 물 적에 물끄러미 보면서 빙긋 웃을 수 있니? 모기가 팔뚝에 내려앉아 물면 가만히 보면서 “넌 뭐 하니?” 하고 물어볼 수 있니? 네발나비가 무화과알을 먹을 적에 “나도 나눠 주렴?” 하고 속삭이니? 여치에 귀뚜라미에 풀무치가 노래할 적에 “아! 노랫가락 싱그럽다!” 하고 놀라니? 숱한 벌레가 이 별에 있단다. 숱한 벌레는 저마다 다르게 하루를 지으면서, 이 별이 고르게 흐르도록 이바지를 해. 이 별에는 나무가 없어도 죽을 테지만, 벌레가 없어도 죽어. 들풀이 없어도 죽고, 헤엄이에 들짐승이 없어도 죽지. 모든 숨결은 서로 만나지. 어우르는 길을 마음으로 느껴. 사람은 이 숨결 사이에 있단다. 이 별이 스스로 어우러지는 사이에 살며시 깃들어서, ‘다 다른 숨결이 다 다르게 짓는 살림’을 지켜보고 나눠받고, 이 기쁨을 사랑으로 지피면서 ‘삶을 다르게 짓고 편’단다. 사이에 끼어든 사람을 미워하거나 꺼리는 숨결은 없어. 그러면 사람은 어떠하니?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도 사람을 미워하거나 꺼리면서 괴롭히거나 죽이는데, 왜 그러니? 사람은 이 별 사이로 깃든 뜻을 언제쯤 환하게 깨달을까? 사람으로서 지을 길은 ‘끌려들거나 사로잡히는 느낌인 좋아함(좋음)’이 아니라, ‘서로 환하게 있는 사랑’인 줄 언제쯤 알아차릴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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