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마음은 2022.9.3.흙.



마음은 바람이고 하늘이자 바다야. 마음은 굳이 어떤 틀을 딱딱하게 세우지 않아. 마음은 어디로든 누구한테든 날아가. 마음은 무엇이든 짓고, 마음은 무엇이든 이루거나 허물어. 마음은 오롯이 빛으로 퍼지고 나아가. 그런데 ‘과학자라는 이들이 말하는 빛빠르기’는 ‘참다운 빛빠르기’가 아냐. 빛은 ‘때곳(시공)’을 그냥 건너뛰거나 가로지르거든. ‘휙’ 날아가는 빛이야. 이 마음에서 번쩍하고 일으키면 곧바로 저 마음에 닿는 빛이지. 그러니까 너희 스스로 생각을 마음에 담는 때에 무엇이든 바로 이루거나 허물어. 튼튼한 몸도 가멸찬 살림도 슬기로운 넋도 어제오늘을 잇는 숨결도, 늘 네가 마음에 그리는 대로 나타나지. 오래오래 아프고 싶다면 오래오래 아파도 돼. 가벼이 털고서 일어날 셈이면, 그저 가벼이 털고서 일어나렴. 입으로 터뜨리는 말이나 손으로 옮기는 글이나 늘 마음에서 춤추면서 놀다가 네가 마음에 담으면 어느새 소리라는 옷을 입고서 밖으로 나아간단다. 그러고 보면, 마음은 “삶을 이루어 보이는 길”이라고 할 만해. 마음을 일으키기에 피어나고 자라고 흐르지. 마음을 안 일으키기에 안 피어나고 안 자라고 안 흘러. 무엇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데, 무엇을 못 하기에 갑갑하거나 힘들거나 넘어지지 않아.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스스로 가두고 옥죄어 넘어뜨리지. 바닷방울이 어떻게 갑자기 구름이 되고 회오리바람을 타면서 놀다가 빗방울로 바뀔까? 빗방울은 어떻게 안 다치고 안 깨지고 안 아프면서 내려올까? 잘 보라고. 온누리는 모두 마음으로 이었으니, 네 마음을 돌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걷는 시골 한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