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의 집 5
야마모토 오사무 글 그림, 김은진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14.

책으로 삶읽기 837


《도토리의 집 5》

 야마모토 오사무

 김은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04.12.27.



《도토리의 집 5》(야마모토 오사무/김은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04)을 다시 되읽었다. 《사랑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나올 적에 처음 읽었는데, 그무렵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만 한 이야기조차 못 받아들이거나 ‘만화라서 안 읽는다’는 소리가 짙었다면, 《도토리의 집》으로 바꾼 이름으로 한글판이 나온 뒤로는 제법 읽혔으나 어쩐지 ‘이웃’을 마주하거나 바라보는 눈길은 썩 달라지지 않은 듯싶다. ‘장애인’이라는 이름도, ‘비장애인’이라는 이름도, 이웃을 바라보는 이름으로 쓸 수 없다. ‘장애인·비장애인’이란 이름은 서로 금을 긋는 굴레이다. 고뿔에 걸리거나 넘어져서 다친 이웃이 있으면 “다리를 저는구나”라든지 “많이 앓았구나”라든지 “이제 안 아프니” 하고 말을 건넨다. ‘절다’나 ‘앓다·아프다’는 금긋는 말도 아니고 따돌리는 말도 아니다. ‘장님·벙어리’도 따돌리는 말일 수 없다. ‘고삭부리’로 가리키는 이름이 따돌림말이거나 나쁜말일 수 없다. ‘더듬이’가 나쁜말이지도 않다. 가리키는 말을 그저 가리키는 대로 쓰는 터전이라면, ‘장애·비장애’가 아니라, ‘이웃·동무’나 ‘너·나·우리’라는 낱말로 가리키리라 느낀다. 한자나 영어로 덮어씌우는 이름은 참으로 ‘덮어씌우기’로 치닫기에, 오히려 이웃이나 동무가 아닌 ‘돌봐줘야 하는 자리’로 바라볼밖에 없다. 아기는 ‘아기’일 뿐이고,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그런데 일본도 우리나라도 아직까지 사람을 ‘사람’으로 못 본다. 우리 모습만 보더라도, 사람한테 ‘사람’이라 하는가, 아니면 ‘人間’이란 한자말을 덮어씌우는가를 보면 어렵잖이 알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외치는 목소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나는 시골에서 살기에 시골내기 눈으로 한 마디를 한다. “시골에서는 아흔 살 할머니도 버스삯을 내고 타는데, 턱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시골버스는 하루에 한둘이 지나가도 고맙다고 여기는 판입니다. 시골에서는 바퀴걸상(휠체어)을 태울 버스도 택시도 없습니다. ‘진정한 차별(?)’은 바로 시골에 있지 않을까요?” 《도토리의 집》은 틀림없이 뜻깊은 책이고, 여태 여러 벌 되읽었지만, 더 되읽을 일은 없다고 느낀다. 이제는 새롭게 앞날을 그리고 짓는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어깨동무(연대)’란 무엇인지를 ‘서울 아닌 시골’이라는 눈으로, 또 ‘어린이 눈’으로 볼 노릇이다.


ㅅㄴㄹ


“왜죠? 왜 항상 나만 야단 맞아야 하죠? 듣지 못하는 게 그렇게 나쁜 건가요? 그럼 들리게 해줘요! 내 귀를 어떻게 좀 해달라구요!” (152쪽)


“10년 전에 우리가 취학유예와 면제운동을 벌일 때도 그랬었다구.” (167쪽)


“역시 공통된 언어, 수화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던 거지요.” (214쪽)


+


집안이 풍비박산될 거예요

→ 집안이 무너져요

→ 집안이 주저앉아요

15쪽


더 힘있는 사람들에게 건의해 보세요

→ 더 힘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 더 힘있는 사람들한테 내밀어 보세요

167쪽


어차피 만년적자 작업이니까

→ 뭐 늘빚인 일이니까

→ 그래 으레 허덕이니까

→ 암튼 내내 밑지니까

190쪽


행정기관과 담판을 벌이기도 했으며

→ 나라터와 맞붙기도 했으며

→ 나라일터와 다투기도 했으며

→ 나라와 부딪히기도 했으며

217쪽


분발하면 틀림없이 만들 수 있습니다

→ 땀흘리면 틀림없이 지을 수 있습니다

→ 힘내면 틀림없이 지을 수 있습니다

2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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