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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에서 ㅣ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3
천상병 지음 / 민음사 / 1995년 11월
평점 :
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7.12.
노래책시렁 350
《酒幕에서》
천상병
민음사
1979.5.5.
푸른배움터에 다니면서 우리말(국어)을 배우던 1991∼93년에는 배움터에서 시키는 대로 외웠습니다. 배움책(교과서)에 나온 대로 외우지 않으면, 셈겨룸(시험)을 치를 적에 틀리고 깎이거든요. 셈겨룸으로 노래를 죽죽 가르거나 잘라서 물어보아도 되는지 아리송합니다. 우리는 ‘평론가·교사가 뜯은 대로’ 노래를 살피거나 외워야 노래를 읽거나 안다고 여길 만할까요? 우리는 배움터를 다니거나 셈겨룸을 치르면서 노래도 말도 넋도 이야기도 삶도 잊다가 잃는 얼거리이지 싶습니다. 《酒幕에서》를 다시 되읽어 보았습니다. 2001년에 《보리국어사전》을 엮으면서 보기글로 실을 글자락을 뽑을 만하려나 하고 되읽은 적 있는데, 스무 해 남짓 지나서 또 되읽자니 “술집에서”라는 책이름부터 걸리고, ‘술집’을 ‘酒幕’처럼 적은 글결도 걸립니다. 1979년 노래이니 한자를 많이 쓸 만하지 않습니다. 그무렵에도 한자를 안 쓰는 사람은 안 썼어요. 그무렵에는 부러 한자를 넣거나 ‘-에게로’나 ‘나의’를 섞어야 노래(시문학)가 된다고 여겼는데, 요사이에도 이 틀은 안 바뀝니다. 어쩌면 우리는 노래가 아닌 ‘노래시늉’에다가 ‘교과서에 나오고 시험문제로 뽑히는 문학’이라는 허울에 오래도록 갇히면서 눈멀었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그리하여 / 고요한 午後는 / 물과 같이 나에게로 와서 / 나를 울리는 것이다. // 귀를 기울이면 / 어머니를 부르는 / 소리가 들려온다. (午後/58∼59쪽)
할아버지도 / 아이도 / 다 지나갔으나 / 한 靑年이 있어, 詩를 쓰다가 잠든 밤에……. (어두운 밤에/66쪽)
산다는 것과 / 아름다운 것과 /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 한창인 때에 / 나는 도랑과 나무가지에 앉은 / 한 마리 새. (새/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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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幕에서》(천상병, 민음사, 1979)
달빛은 교교히 바람만 더불고
→ 달빛은 고요히 바람만 더불고
→ 달빛은 조용히 바람만 더불고
→ 달빛은 환히 바람만 더불고
48쪽
아슬한 그 絶壁 위에서
→ 아슬한 곳에서
→ 아슬한 벼랑에서
49쪽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 파란하늘에 닿을 듯이
50쪽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 그대를 그리는 갈매기는 구름이 되었다
→ 그대를 그리는 갈매기는 구름이 된다
51쪽
이 絶對한 不可抗力을 나는 내 것이라 생각한다
→ 나는 이렇게 속절없다고 생각한다
→ 나는 이처럼 하릴없다고 생각한다
→ 나는 이렇게 손도 못 쓴다고 생각한다
55쪽
눈오는 날의 서울의 거리는
→ 눈오는 날 서울거리는
→ 눈오는 날 서울은
56쪽
물과 같이 나에게로 와서
→ 물과 같이 나한테 와서
58쪽
한 靑年이 있어, 詩를 쓰다가 잠든 밤에
→ 젊은이가 있어, 글을 쓰다가 잠든 밤에
→ 어느 젊은이가, 노래 쓰다가 잠든 밤에
66쪽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 삶과 아름다움과 사랑하는 노래가 한창인데
→ 살며 아름다우며 사랑하는 노래가 한창이고
67쪽
별을 향하여 그는 쉬지 않고 걷고 있읍니다
→ 별을 보며 쉬지 않고 걷습니다
79쪽
맑은 하늘의 눈 우리들의 눈 憤怒의 너를 부르는 어머니의 눈물어린 눈이다
→ 맑은 하늘 눈 우리 눈 불타는 너를 부르는 어머니 눈물어린 눈이다
1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