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요리왕 33 - S코믹스 S코믹스
혼죠 케이 지음, 김봄 옮김, 스에다 유이치로 원작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8.

칼 한 자루


《미스터 요리왕 33》

 스에다 유이치로 글

 혼죠 케이 그림

 김봄 옮김

 소미미디어

 2018.11.2.



  《미스터 요리왕 33》(스에다 유이치로·혼죠 케이/김봄 옮김, 소미미디어, 2018)을 읽었습니다. 칼 한 자루를 쥐고서 살림길을 찾아나서려는 하루를 그리는 그림꽃입니다. 길게 날을 세워서 쓰는 연장을 ‘칼’이라고 합니다. 칼은 처음에는 살림살이 가운데 하나로 삼았으나, 어느새 더 크고 날카롭고 무섭게 벼리면서 목숨을 빼앗는 길에 마구 부리는 길로 접어들었어요.


  생각해 봐요. 호미는 땅을 호는 연장입니다. 낫은 풀포기를 긋는 연장입니다. 방망이는 낟알을 떠는 연장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숱한 연장을 어느 곳에서 쓰는가요? 보금자리를 북돋우는 살림살이인가요, 아니면 옆마을이나 옆집이나 옆나라로 쳐들어가서 죽이고 빼앗는 짓에 휘두르나요?


  저는 어린이로 지내던 1980년대에 ‘사내가 부엌에 들어오면 불알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 말이 무서웠다가, 어느 만큼 나이가 든 뒤로는 터무니없는 말로 어린이 마음을 갈라치기하는 고약한 굴레라고 알아차렸습니다. 요즈음을 보면, 배움터에서 부엌살림을 보여주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함께 부엌살림을 여미는 집도 그다지 안 늘었습니다.


  마음껏 뛰놀다가 몸을 깨끗하게 씻고서 함께 부엌살림을 여미고 집살림을 헤아리는 아이어른은 얼마나 될까요? ‘학부모 학원비 지출 통계’ 따위는 모으지 말고, ‘어버이랑 아이가 집안일을 함께 하는 틈’이 얼마나 되는가를 살필 일입니다. ‘대학입학 시험문제’를 어떻게 내느냐로 싸우거나 다투지 말고, 어린배움터랑 푸른배움터 열두 해에 걸쳐서 ‘배움터하고 집에서 스스로 밥옷집을 차려서 누리는 살림길’을 가르치고 배울 노릇입니다.


  이웃말(외국말)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우리말을 못 하면 덧없습니다. 이웃말만 잘 한다면 이웃나라에서 살 노릇입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 나라 들숲바다하고 풀꽃나무를 모르는 채 ‘인문지식’을 아무리 쌓는들 덧없다는 소리입니다. 새뜸(신문방송)에서 무슨 소리가 흘러나오더라도 쳐다볼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아이어른이 도란도란 함께 가꾸고 추스르는 하루를 살아내면 넉넉합니다.


  책을 읽겠다면, 언제나 삶책·살림책·사랑책·숲책을 손에 쥐고 펴고 아이어른이 함께 읽을 일입니다. 글을 쓰겠다면, 늘 삶글·살림글·사랑글·숲글을 쓰고 나누며 띄울 노릇입니다.


  《미스터 요리왕》은 칼 한 자루를 쥐면서 무엇을 배우면서 어른으로 일어서는가 하는 나날을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이렇게 헤매고 저렇게 넘어지고 그렇게 눈물젖는 동안, 스스로 어디에 터를 잡고 어떤 보금자리를 일구어 어떤 하루를 노래하면서 놀이하는 마음으로 빛날 적에 사랑이 가만히 샘솟는가 하는 이야기를 밝혀요.


  맛있게 차려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차리면 됩니다. 맛있게 먹어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먹고서 사랑을 지피면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능숙한 외국어로 실시간으로 대화한다고 과연 글로벌한 사람일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자기 나라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허세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16쪽)


“기분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지거든.” “기분.” “사람이 만드는 것에는 기술 말고도 ‘기분’이라는 마음도 중요해.” (61쪽)


“카타오카 씨의 첫 번째 제자 탄생인가요?” “네? 아, 아뇨. 저도 수행하는 몸인데 말도 안 돼요!” (78쪽)


“아뇨, 그것을 도쿄에서 맛보는 것이 바로 로망이 아닙니까?” “로망으로 경영이 되겠나?” (159쪽)


“전 장사치가 아니라 요리사니까요. 오늘처럼 제 신념과 다른 얘기를 들으면 요리에 회의가 듭니다. 분명 실력으로 고용되었는데 다른 일로 평가가 뒤바뀌니까요.” (199쪽)


#蒼太の包丁 #本庄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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