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4.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코이코이족·산족 글/W.H.블리크 적음/이석호 옮김, 갈라파고스, 2021.3.2.
멧딸기알이 익는다. 선선한 바람은 잦아들고, 늦봄볕이 넉넉하게 내린다. 작은아이는 우리 집 멧딸기를 누리려고 이른아침부터 부산하다. 새벽이면 멧새가 노래로 열고, 해질녘부터는 개구리 떼노래가 우렁차다. 우리 집 나무 곁에 서서 우리 보금자리를 헤아린다. 앞으로 열 해가 흐르고 스무 해가 지나면서 한창 우거질 마을숲을 그린다. 서른 해에 마흔 해를 더 누리면 그무렵에는 흙수레(농기계) 따위는 모조리 마을에서 사라지고서 손발로 풀꽃나무를 마주하는 매무새가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를 읽었다. 첫자락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고 느꼈으나, 뒤로 갈수록 줄거리가 흩어진다. 갈피를 어질게 잡지 못 하는구나 싶다. 왜 이렇게 글갈피를 못 잡는지 아리송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엮은이나 옮긴이나 펴낸이는 모두 ‘서울내기(도시인)’이다. ‘서울 눈썰미’로 머물 뿐, ‘숲빛을 푸르게 담는 숨결’로 거듭나려 하지 않았다. 아마 “숲을 줄거리로 다루는 책을 엮거나 옮기려면 숲에서 살아야 하는가?” 하고 따질 분이 있겠지. 나는 “야구나 축구 이야기를 엮거나 옮기는데 야구나 축구를 몰라도 되나요? 숲 이야기를 다루는데 숲에서 안 살거나 몰라도 되나요?” 하고 되묻고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