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3.


《내 고향 서울엔》

 황진태 글, 돌베개, 2020.4.20.



유자꽃망울이 작고 하얗게 맺는다. 유자나무 곁에 서서 작은 꽃을 바라보고 냄새를 맡는다. 몇 송이가 맺지 않아도 꽃내음이 뒤꼍부터 마당까지 훅 번진다. 매나무에 내려앉아 우렁차게 노래하는 휘파람새를 본다. 노랫소리는 쩌렁쩌렁하다. 마루에서도 마당에서도 마을에서도 새노래가 흐드러진다. 뽕나무 곁 큰나무에 내려앉아 쪼르르르 쪼르르르 노래하는 멧새를 본다. 그야말로 하루 내내 새랑 논다. 낮에 고흥읍으로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볕이 잘 들되 ‘잿집(아파트)’ 올리는 기스락 걸상에 앉아서 노래꽃을 쓴다. 《내 고향 서울엔》을 그러께 읽고서 한켠 책더미에 쌓았다. 이 책을 쓴 분처럼 ‘서울에서 나고자란 사람’이 이제는 대단히 많다. 세길(3대)을 보내야 비로소 텃사람이라 여긴다는 옛말이 있는데, 머잖아 ‘서울 텃사람’이 엄청나게 늘리라. 이와 맞물려 ‘시골 텃사람’은 이제 한 줌조차 안 될 테지. 나고자란 곳이 서울이건 부산이건 인천이건, 시골이건 멧골이건 바닷가이건, 저마다 제 하루를 아로새기고 사랑하면서 펼 적에 아름답다. 가난했던 가멸찼든, 스스로 겪고 누린 삶을 스스럼없이 밝힐 적에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고스란히 적으면 된다. 안 꾸미면 된다. 그러나 다들 ‘글’을 ‘꾸미려’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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